"대형마트 문 닫는 날에 손님이 많은 건 아니에요."
최근 취재차 전통시장에 들렀을 때 한 상인에게 들었던 말이다. 이 상인은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마트 갈 사람이 일부러 시장을 찾겠냐"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시대 전통시장에 꼭 맞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등에서 전통시장의 경쟁자로 점쳐진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이 전통시장 손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일종의 '자아 성찰'이었던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은 월 2회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고, 전통시장 반경 1㎞ 내에 출점할 수 없다.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취지는 대형 유통기업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약속은 대체로 대형마트 등에 '족쇄'를 채우는 식으로 이뤄졌다. 대형 유통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휴무일에 일부러 시장을 찾지는 않았다. 당장엔 인근의 또 다른 마트를 이용하거나 온라인 주문을 택했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대형마트 이용자가 대안으로 전통시장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경쟁과 선악 구도로만 봐서는 상생·협력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그 사이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를 받지 않고 몸집을 크게 부풀린 신흥 경쟁자가 생겨났다. 1년 365일 영업이 가능한 식자재 마트가 유동 인구가 많은 전통시장 인근에 입점하기도 했다. 새벽·휴무일 배송을 할 수 없는 대형마트와는 달리 이 조건을 내세운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통산업발전법의 맹점을 먹고 커가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본 취지가 무색하게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 이마트 노조는 지난달 호소문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유통업체 규제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르자, 대형마트 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윤 당선인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 경제'나 규제 완화로 시장 효율성을 강조해 혁신 성장을 이루겠다고 후보 시절 수차례 약속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상인회·정치권의 반발로 대형마트 등 유통시설의 진입이 무산됐던 광주를 찾아 지역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것이라는 희망을 거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이 가속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은 큰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회에선 전통시장을 위한 대형마트의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안 발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 상인들에게 상권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을 물었을 때다. "주차 공간이 노후되고 좁아서 사람들이 오지 않아,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 "상권 경영·마케팅을 이끌어 줄 전문가 지원·체계가 부족하다"는 답이 오갔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물품 판매 방법을 묻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지원이 절실하다는 상인도 있었다. 유통 트렌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한다. 1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법에 대한 진정한 논의를 시작하고 소상공인과 '진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