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직의 딜레마, 시민들의 자각 절실
요즘 경주가 '신라왕경 특별법'만 제대로 진행되면 '시민들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큰 착각 속에 빠져 있다. 마치 '지역 경제난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집단 최면술에 걸린 듯 말이다.
신라왕경 핵심 유적 복원·정비를 골자로 한 '신라왕경 특별법'은 재선에 성공한 주낙영 시장의 주요 선거공약인 데다 김석기 국회의원 역시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신라왕경 만들기'가 경주 미래 먹거리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은 현재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일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왕경도시 만들기'로 당장 부를 축적하는 사람은 경주 시민이 아니라 대부분 외지인이나 토호, 부동산 투기꾼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시행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주시정이 더 큰 문제로 와닿는다.
신라왕경 핵심 유적지인 월성과 동궁, 첨성대 등은 경주 원도심과 동떨어진 황리단길 주변에 집중해 있다. 최근 수년간 급팽창한 황리단길 상권은 70% 이상을 외지인들이 접수했다. 땅값은 지난 5년간 10배 가까이 급등해 경주 시민들은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할 여력이 없다.
여기에다 황리단길은 보문단지와 도심 전체 상권을 흡수하고 있다. 보문단지 펜션은 비인기 숙박시설로 전락했고 원도심과 동천, 황성 등지의 식당가도 위축되다 못해 빈 매장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라왕경 핵심 유적지를 집중적으로 더 개발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황리단길 상권은 더 비대해지는 반면 원도심 등은 피폐해질 수 있다. '왕경도시 만들기'가 '경주 시민을 가난뱅이로 만드는 역설'을 보여 주는 것.
사실 경주 시민들은 과거 수십 년 동안 문화재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어 왔다.
정부는 20년 전쯤 '쪽샘 골목을 고분 공원화한다'며 주민 수천여 명을 강제 이주시켰다. 당시 이곳 주민들은 '너무 낮은 이주 보상비로 황성동의 39㎡(13평) 아파트도 살 수 없는 고통'을 호소했으나 누구 하나 귀 기울이지 않았다.
만약 쪽샘지구가 현재까지 보존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황리단길보다 모든 조건이 우월해 부동산 가치는 최소 10배 이상 20배까지 급등했을 것이다. 결국 당시 쪽샘지구 주민들만 쪽박을 찬 것.
그뿐만 아니다. 건물을 짓다 문화재가 나오면 공사를 즉각 멈춘 후, 현재 기준 3.3㎡당 30만 원의 문화재 발굴 비용을 개인이 부담했다. 비슷한 피해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래서 과거 문화재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본 경주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원도심 등지의 문화재 인프라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데도 시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데에는 비난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 초 경주 시민들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대릉원 북편 담장 허물기'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시는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다. 또 '제2의 황리단길로 기대되는 노동 ·노서 고분 공원 조성'과 '경주읍성 연결 원도심 관광 벨트화'는 사업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에 시민들의 박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선거판에는 '선거직의 딜레마'란 말이 있다. '선거직들이 항상 시민들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관심사는 재선뿐이다' '선거 표에 불리할 경우 결코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경주 왕경도시 만들기'도 '선거직의 딜레마', 즉 포퓰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시민들의 자각이 절실해 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