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21대 국왕 영조 재위(1724년 10월~1776년 4월) 무렵 서양에서는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발생했고, 백과전서(과학·예술·기술 사전)를 펴내고 있었다. 그렇게 축적(蓄積)한 지식과 에너지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진출했다.
조선 관상감 김태서가 북경에서 사비(私費)로 망원경을 구입해 영조에게 바쳤다. 이 망원경은 빛을 차단하는 효과(렌즈에 색을 넣음)가 있어 태양을 관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조는 김태서가 올린 망원경을 보더니 화를 내며 때려 부쉈다. 영조가 망원경을 부순 이유는 이랬다.
"해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태양을 관찰하는 망원경을 '과학'으로 이해하지 않고, '왕을 엿보는' '왕의 권위를 침해하는' 불경스러운 물건으로 이해한 것이다. 1745년 일이다. 당시 서양에서 망원경은 별들의 구체적인 모양이나 운행을 탐구하는 도구였지만, 영조 임금에게는 왕의 권위를 침해하는 불경스러운 기구로 보였다. 하나의 망원경이 세계관에 따라 미지(未知)의 영역을 탐구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부숴 없애야 할 요물이 되기도 한 것이다.
18세기 조선 통신사 일행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인 의학자가 서양에서 들어온 인체 해부도(解剖圖)를 보여 주며 장기(臟器)를 설명했다. 이에 조선 통신사 일행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열어 봐야 아는 것은 소인배이고 군자는 열지 않아도 안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열심히 탐독하면 세상만사를 다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안 보고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니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니 1871년 조선 고종이 환절기 건강 관리를 위해 어의(御醫)의 처방을 받아 어린아이의 똥오줌을 먹고 '몸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6·3 대선 예비 후보 중에 국제 흐름에 정통한 후보가 한 사람이라도 있나? 대부분 '싸움 기술자' 아니면 국내 정치만 아는 인물 아닌가.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재벌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후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국민의 성실·노력·창의성을 북돋우기는커녕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후보…. 이들이 망원경을 때려 부순 영조 임금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earfu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