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권력과 낙화

입력 2022-03-24 19:56:55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시가 '낙화'다. 조지훈·이형기 시인이 같은 제목의 시를 남겼다. 조 시인의 '낙화'에선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이 시인의 '낙화'에선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란 구절이 정치인들에게 자주 회자된다.

조 시인의 '낙화'는 권력을 잃더라도 세상과 남을 원망하지 말라, 이 시인의 '낙화'는 권력을 내려놓을 때의 의연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시인이 권력을 염두에 두고 시를 지은 것은 아니겠지만 권력을 잃은 정치인들이 두 시를 음미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두 시가 권력의 속성은 물론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어서다.

권력은 잡는 것보다 놓는 것이 훨씬 어렵다. 권력에 연연하다 보면 볼썽사나운 모습이 나오기 십상이다. 권력을 내려놓아야 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의 모습이 의연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다.

대통령 자리를 인수인계할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문 대통령이 연일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신·구 권력이 충돌하고 있다. 공공기관 알 박기 인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도 두 사람 간 갈등을 불러왔다. 현직 대통령이 당선인에게 양보를 한 것이 그동안의 미덕이었으나 이번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떠나는 권력이 마지막까지 이렇게 기세등등한 것을 국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의 처신도 볼썽사납다. 대선 부실 관리의 총책임자인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 안팎에서 쏟아지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폐지 주장까지 나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김진욱 처장, 정권을 향한 수사를 차단한 김오수 검찰총장도 퇴진 여론에 오불관언이다. 정권이 바뀌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아름다운 전통이 실종됐다. 권력에 집착한 비루한 모습만 보인다.

신·구 권력의 충돌로 국민은 불안하다. 국격에도 걸맞지 않다. 문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책무는 원활한 정권 인계를 통해 국정 불안을 없애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른 시일 안에 만나 국민 불안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