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와 새 대통령 취임 사이에 일정한 기간을 두는 것은 '준비'를 위해서다. 떠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을 잘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 5년을 잘 준비하도록 하기 위한 시간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측과 윤석열 당선인 측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갈등은 정부 인수인계 작업 전반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국민과 국가에 손해를 끼칠 것이 뻔하다.
떠나는 문 대통령 측이 '집무실 이전'에 협조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몇 가지 우려가 있더라도 당선인 측이 첫 번째로 추진하는 일에 협조함으로써 정권 이양 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보 공백'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부분은 문 정부가 감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문 대통령은 '9·19 남북 군사합의'와 '3불 정책'으로 안보 위기를 자초했고,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NSC를 직접 주재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래 놓고 새삼 '안보 공백' 운운하니 '발목 잡기'로 비치는 것이다.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은 마치 취임하는 대통령처럼 공공기관에 자기편 인물을 심었다. 퇴임하는 그날까지 자신의 권한이라고 주장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이미 집을 매각한 사람, 이사 날짜만 남은 사람이 '아직은 내가 주인이다'며 집에 마구 손을 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마찬가지로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상정'을 거부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 '예비비'는 2022년 1년 예비비이지 5월 9일로 끝나는 '문 정부의 돈'이 아니다.
윤 당선인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의식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청와대가 구중궁궐이 된 것은 그 위치나 모양새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고착화된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다고 '구중궁궐'이 '광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관행, 과거 의식, 과거 공식과 결별할 때 제대로 소통할 수 있고, 국민을 섬길 수 있다. 공간보다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태도와 행보가 더 큰 무게를 지닌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당선인의 첫 번째 추진 사업이 '집무실 이전이냐'는 비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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