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친상을 당한 지인의 장례식장. 가족들은 아버지를 여읜 슬픔에 빠질 겨를도 없이 지역 곳곳의 화장(火葬) 시설에 전화기를 연신 돌려야 했다. 대구는 이미 다음 주까지 예약이 꽉 차 처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빈소가 있는 대구에서 가까운 경북 시군도 상황은 마찬가지. 멀리 경남 지역까지 가려고 마음을 먹다가, 마침 대구에서 250여㎞ 떨어진 울진에서야 가까스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당초 3일장을 계획했던 상주는 5일장을 치르는 것도 다행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만 명대를 오르내리면서 사망자 또한 함께 급증해 화장장이 포화 상태를 빚고 있다. 3월 넷째 주 들어서 대구 지역은 5일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유족들은 어쩔 수 없이 장례 일수를 늘려 7일장, 8일장까지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장례 기간이 길어지면서 유족들에게 여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사흘만 빈소를 차리고 시신을 안치실에 모시기도 한다. 마지막 떠나는 길을 편히 보내지 못하는 죄스러움이 겹칠 것이다. 더구나 장례식장 안치실도 여유가 없어 빈소를 꾸리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장례를 치르는 곳과 다른 곳에 고인을 안치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이 현재의 '코로나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상장례를 중시해 왔다. 가족 구성원들과 인연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모여 고인에 대해 애도(哀悼)하고 시신을 처리한 후 일상생활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필요한 의례다. 단지 개인의 육체적 소멸로 끝나지 않고 죽음을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확진 사망자가 하루 100명을 넘지 않을 때도 우리 방역 당국은 어떠했는가. 요양병원에 격리된 부모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도록 막았고, 감염된 시신은 방호 비닐에 싸인 채 바로 화장터 소각로로 보낸 뒤에야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코로나 사망자에 의한 감염 사례는 세계적으로 보고되지 않았고, 바이러스는 숙주가 생명을 잃으면 함께 소멸하는 것이 과학적 원리임에도 이를 무시했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 1월 27일에서야 코로나19 사망자도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장례 지침을 개정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순간에 인간적인 도리도 생략하도록 강제했음에도 국가는 이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었다. 방역이라는 명목 아래선 한 개인의 존엄마저도 가벼운 대상이었다. 국민들은 가족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못해 황망하게 주저앉으면서도, 저마다의 사연은 가슴에 품은 채 국가를 원망하지 않고 정책을 묵묵히 따랐을 뿐이다.
아직도 정점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사태를 2년여 겪으면서, 방역 당국은 이제 확진자가 늘어나도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자가격리도 어떠한 근거에 의하지 않고 고무줄이다. 재택치료라는 이름을 붙여 1주일로 줄였고 음성 확인도 필요치 않다고 했다. 의료 체계 붕괴가 우려되니 의사, 약사는 3일만 격리하고 나와서 환자를 돌보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은 코로나 치명률이 몇%니 하면서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수치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는 걸려도 무방하니 빨리 종식의 길로 가자는 뜻을 '주입'하는 셈이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약간의 희생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 또한 깔려 있다. 생을 앞당기는 희생자는 누군가의 가족이자 동료요, 친구다. 인간 존엄이라는 소중한 가치마저도 통계 속에서 함께 매몰될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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