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군 기초자치단체가 인사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3선 연임 제한으로 단체장 임기가 마무리되는 곳일수록 심하다. 정권 말기 대통령의 알 박기 인사와 닮았다. 보은성 인사라는 인상마저 준다.
최근 문경에서는 사무관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6급 직원들이 동시에 연가를 냈다.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항명으로 해석된다. 불만이 폭발한 대목은 승진자의 이력이다. 시장의 비서 출신에다 승진 후보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리고, 근무 연한도 짧았다는 것이다. 3선 연임 시장의 사실상 마지막 인사라는 점에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비슷한 소동은 영양에도 있다. 군수와 같은 면 출신인 승진자가 공직 경력이 앞선 수십 명을 추월하면서 뒷말이 나온다.
승진 인사 후유증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직 전체가 납득하기 어려워한다면 덮고 갈 일이 아니다. 인사는 단체장 고유의 권한이지만 능력에 따른 인사는 조직 활력에 필수 요건이다. 앞장서서 혁신을 시도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는 게 정상적인 조직의 모습이다. 업무 능력 이외의 것들이 승진의 우선 요건인 조직은 망조가 든 것으로 봐야 한다.
말썽이 난 곳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승진 후보자를 7배수로 못 박아 두면서 분란의 가능성은 늘었다. 승진 예정자가 3명이라면 승진 후보자만 21명이다. 21명 중 3명만 승진시키면 된다. 인사 대상자의 폭을 넓혀 적재적소에 인재를 앉히겠다는 취지는 흐려진다. 견제 장치도 느슨하다. 낙점 권한은 단체장에 있고, 부단체장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민의 손으로 단체장을 뽑은 지 30년이 돼 간다. 시장, 군수는 대통령 못지않은 소통령으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임기 말 반복되는 인사 논란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 잘하는 직원은 누가 단체장이 되더라도 드러나게 돼 있다. 퇴임을 앞둔 단체장이 시급히 단행할 인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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