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암 산림청장 "불길이 금강송 군락지 향할 땐 눈앞 아찔"

입력 2022-03-14 17:12:03 수정 2022-03-15 07:21:18

울진·삼척 산불 진두지휘…"산불은 예방이 최선"
자연복원·인공복구 병행이 중요…인명피해 없었지만 경각심 당부

최병암 산림청장
최병암 산림청장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동해안 산불은 역대 최장 기간, 최대 피해 규모라는 기록을 세우며 213시간 만에 진화됐다.

지난 4일 발생 이후 지금까지 산불 현장 상황실이 차려진 울진군 죽변면 봉평신라비전시관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산불진화를 진두지휘한 최병암(57) 산림청장을 매일신문이 단독 인터뷰했다.

-이번 산불이 역대 최장 기간, 최대 피해 규모를 기록했는데 그 이유를 어떻게 보는지?

▶산불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엄청난 강풍이 불어 한울원전, 삼척 LNG가스기지 등 국가시설과 인구밀집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설물과 민가보호에 우선적으로 진화에 주력했다.

특히 인명 피해와 주요 시설 보호에 주력하는 사이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급격히 확산된 불로 인해 진화 현장은 두꺼운 연기로 가득 덮여 헬기가 시계확보의 제약으로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복합적 요인으로 산불이 장기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산불 진화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발생 초기 울진읍 시가지 인구 밀집지역을 비롯해 한울원전, 삼척 LNG가스기지를 위협하는 불을 진화하는 게 1차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었다. 이어 2차적으로 천년고찰 불영사와 소광리 금강송 소나무 군락지를 방어하는 게 어려운 순간이었다. 응봉산과 연결된 소광리 산지는 자갈밭이어서 돌밑의 낙엽층 속으로 불이 들어가 지중화로 번지는 바람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

-앞으로 산림복구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는가?

▶산불 피해지역 숲의 외형적 회복은 20년, 토양의 회복까지는 100년이 소요된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은 피해면적이 방대해 긴급진단 및 합동조사를 통해 산림피해 복구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연내 완료할 응급복구와 연차적으로 추진할 항구복구로 나누어 추진할 것이다.

응급복구는 생활권 주변지역 피해방지를 위한 긴급 벌채와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방사업으로 추진되며 이는 장마기 이전인 6월 이뤄진다.

항구복구는 상당기간 조사와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실시될 예정으로 불에 탄 산림을 자연 상태로 돌려놓는 작업이다. 계획 시 입지의 식생조건에 따라 자연복원과 인공복구를 병행하는데 이는 위성영상분석, 드론 촬영 등 현장작업은 물론 전문가 집단 세미나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산림청이 산불 주 진화기관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산불을 막을 수 있고, 피해를 줄여 나갈 수 있는지?

▶열흘 동안의 산불진화를 통해서 확실히 드러났다고 생각되는데,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고 통합지휘본부의 유기적인 역할과 활동, 즉 국가가 보유한 전체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산불도 실화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데 실화자 또는 방화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히 원인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찾아 내 법에 따른 처벌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고, 처벌강화에 대해서도 의견이 더 모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관련 입법도 검토 할 계획이다.

-청장을 비롯한 모든 진화대원들이 10일 동안 많은 고생을 했는데?

▶한울원전, 한국가스공사 삼척기지 등 주요 국가시설을 방어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사이 바람의 방향이 북동, 북서로 바뀌면서 울진군 읍내와 소광리로 산불의 반향이 바뀌었다.

순식간에 산불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턱밑까지 붙었다. 밤늦게 "청장님 소광리가 위험합니다"라고 전화로 들려온 울진국유림관리소장의 떨리는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번 대형산불의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특전사 대원까지 투입하고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임도를 넓혀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며 며칠 밤을 악전고투한 끝에 소광리 주불을 진압하면서 이번 대형 산불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정부, 지자체, 군, 경찰 등 민·관·군이 총 협력해 인명피해 한 명 없이 막아낸 산불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라는 말을 드리면서 국민들께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실화 요인을 없애도록 협조해 주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