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성공신화] 창업주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 인터뷰

입력 2022-03-15 08:00:00 수정 2022-03-15 14:38:09

올해 창립 31주년 맞는 교촌치킨, 혁신의 원년으로 삼는다

교촌치킨 BI(Brand Identity).
교촌치킨 BI(Brand Identity).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 김영진 기자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 김영진 기자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70)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창립 31주년(3월 13일)을 맞아 '해현갱장'(解弦更張)을 화두로 던졌다. 해현갱장은 중국 고사 성어로,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새롭게 줄을 매어야 할 때 새로 매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악사가 있다한들 연주를 잘할 수 없듯이 혁신해야 할 때 혁신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회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치킨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전 임직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혁신 또 혁신해야 한다고 권 창업주는 거듭 강조한다.

권 창업주는 교촌치킨을 업계 정상의 자리로 이끈 입지전적 인물이다. 젊은 시절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점상, 해외건설노동자, 택시기사 등 직업을 거치다 40세에 이르러서야 교촌치킨을 시작했다.

1991년 3월 13일 경북 구미의 33㎡ 남짓 조그마한 가게에서 시작한 교촌통닭은 전국에 간장소스, 핫소스, 허니소스 열풍을 일으키며, 2014년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로 우뚝 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엔 '정직이 최고의 상술'이란 권 창업주의 신조가 녹아 있고, 가맹점과의 상생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정도경영 철학이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권 창업주는 지난 201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하며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킨 선택은 권 창업주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변화와 혁신으로, 가맹점과 본사가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전문화된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3년인 권 창업주를 만났다. 본 기자는 2014년에도 권 창업주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8년만의 만남이었지만 권 창업주는 여전히 젊고 건강한 모습이다.

그는 산악자전거 MTB를 즐겨 탄다. 요즘도 주 2회 정도는 반드시 탄다. 건강 유지는 MTB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는 말한다. 평범한 길을 거부하는 취미는 그가 고집해온 정도경영 철학에서도 느낄 수 있다.

교촌 창립 31주년을 맞는 권 창업주의 계획을 들어본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신지 3년이 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1991년 창업해서 처음 가게 문을 연 이후 30년 가까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퇴임하고 당분간은 건강관리도 하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면서 스스로 인생의 쉼표를 준 것 같다. 그러면서 교촌 가족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남은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새로운 도전도 구상했다. 예전부터 새로운 분야의 외식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에 대한 준비와 실행을 하다 보니 휴식도 잠시일 뿐 다시금 바쁜 일상이다.

-30년 가까이 일군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을 한 당시를 회고한다면

▶2019년 창립기념일에 임직원들 앞에서 퇴임을 발표했다. 당시엔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보였겠지만 사실은 2014년 교촌이 업계 1위로 올라서고 나서부터 했던 오랜 고민의 결론이었다.

여기까진 어떻게든 내가 이끌어 올 수 있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소비자 니즈 역시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와 혁신 없이는 지속 성장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촌의 변화와 혁신은 나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시스템이 절실했고, 그것을 안착시킬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경영인이 필요했다.

-회사 경영을 떠나 회사 밖에서 바라본 교촌의 모습은

▶2020년 업계 최초로 코스피 상장을 하면서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브랜드와 기업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또 경영 투명성 제고에 힘쓰는 모습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나눔 경영을 확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얻고자 한 노력들은 앞으로도 교촌 가족이 지속성장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경영인 체제 3년간에 이룩한 성과를 평가한다면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을 최대한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래 시장을 대비한 인프라 확대와 체계적인 조직 시스템 개선, 그리고 수제맥주·가정간편식(HMR)·중동 진출 등 다양한 신성장 동력 발굴로 제 2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 교촌의 지속성장을 위해선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 맞는 방향일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차츰 보완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전반적으로는 3년의 짧은 시간 동안 제 2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교촌 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본사의 가장 큰 역할은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고, 올바른 전략과 방향으로 가맹점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이는 가맹점과 본사가 동반 성장하는 상생경영의 핵심이기도 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변화가 어떻게 우리 사업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 이에 본사는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보다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도약하고, 임직원 개개인 또한 창의적인 사고와 혁신적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에 대한 기업 정신은

▶교촌의 경영철학은 '정도경영'이다. 소비자에게 정도경영이란 정직하게 만들어 정직하게 판매하는 일이다. 이는 교과서가 아닌 내가 직접 현장에서 체득한 경영철학이다. 빅히트를 친 부분육 판매도 정도경영에서 탄생했고, 이때부터 정직이 최고의 상술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

-교촌은 가맹점주와 윈윈하는 전략으로 명성이 높다. 지난해 3월 가맹점주에게 100억원의 주식 증여를 했는데, 또 다른 상생경영 계획은

▶지금의 교촌은 본사 홀로 만든 게 아니라 전국 가맹점 사장님들의 노력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성과의 결실도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식 증여는 가맹점 사장님들이 진정한 교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안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실행했다. 올해도 가맹점·협력업체 등 교촌 가족에게 보답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창업 31주년을 맞는 올해를 교촌이 새롭게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데, 그 의미를 담아 330억원의 상생 자금을 사재로 출연할 계획이다.

처음 홀로 창업할 때 창업자금이 3천300만원이었는데, 이 액수에 큰 의미를 담아 출연금 규모를 1천배 많은 330억원으로 정했다. 이 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 및 협력업체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상생의 가치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반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앞으로도 어떠한 역할이든 기꺼이 나설 것이다.

-창업주로서 또 다른 역할이 필요한 건 아닌가

▶경영자의 자리에서보다 지금이 오히려 가맹점 상황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본사가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위기 대응을 위해 다른 사업 영역에 도전할 계획은

▶교촌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써왔다. 특히 지난해 인덜지㈜의 수제맥주 사업 부문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하며 본격화한 수제맥주 사업은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는 사업으로, 가맹점과 본사가 윈윈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또 가정간편식(HMR) 사업은 유통 채널 확장, 메뉴 개발 등을 통해 시장 안착을 도모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K-푸드 열풍으로 지난해 중동 진출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는 중이다.

올해는 교촌의 제2 성장을 이끌 이 사업들이 성장 단계로 올라설 수 있도록 기반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 추가로 현재 대구와 제주도에서 제2의 외식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또한 교촌의 신성장 동력으로 잘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교촌이 구미에서 출발했고, 대구경북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지역 사회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교촌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시작한 브랜드이다. 지역 사랑이 없었다면 교촌 또한 전국 브랜드로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지역사회 환원에 힘써왔고, 앞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끝으로 교촌의 미래 모습 그린다면

▶창업 초기 교촌통닭이라는 상호를 걸고 하루에 한 마리, 두 마리 팔던 시절은 말 그대로 절박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절박함은 동기부여가 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만들어 줬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생겼고, 나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함께 하는 가맹점 가족도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의 교촌치킨이 만들어졌다.

교촌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 가맹점 사장님, 본사·지사 및 협력업체 임직원 등 모든 분들이 교촌가족이다.

성공의 성(成)은 자기를 이루는 것이고 공(功)은 공덕을 쌓는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이루고 더불어 행복해질 때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교촌은 이제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의 비전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성장보다 더 큰 성장을 여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교촌 가족은 상생의 가치로 동반 성장하며, 더불어 행복해지는 진정한 성공의 길로 함께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 김영진 기자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