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윤 후보 지지율 58.7%, 20대 여성 이 후보 58.0%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등 공약에 지지 vs. 성차별적인 공약에 이 후보 뽑았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공약이 쏟아지면서 2030세대 남녀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치권의 '젠더 갈라치기' 속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들이 속출하는 만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지상파 3사가 공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녀 간의 표심은 확연하게 구분됐다.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18~29세) 남성은 윤석열 후보를 58.7%로 지지해 이재명 후보(36.3%)를 크게 앞섰다. 반면 '이대녀'의 윤 후보 지지율은 33.8%에 그쳤고, 이 후보 지지율은 58.0%로 나타났다.
20대만큼은 아니지만 30대 남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30대 남성은 52.8%가 윤 후보를, 42.6%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반대로 30대 여성은 49.7%가 이 후보를 선택했고, 43.8%가 윤 후보에 표를 던졌다.
대선이 끝나고 만난 젊은층 유권자 사이에선 이 같은 결과를 예측했다는 분위기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무고죄 처벌 강화' 등 2030 남성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여성의 지지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는 것이다.
안모(27‧남) 씨는 "문재인 정권에선 여성을 치켜세워 남성이 많이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아왔다"며 "입 밖으로 여가부 페지 등을 언급했던 만큼 남성이 조금이나마 환영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반면 정모(29‧여) 씨는 "이 후보를 뽑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남성의 감성에 호소하는 윤 후보의 공약이 싫은 것도 컸다"며 "저출산인 상황에 여가부는 폐지가 아니라 확대해도 모자라다. 특화된 여가부의 업무를 다른 부서로 이전할 경우 여성을 위한 정책 실적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젠더 갈라치기 공약으로 국민의힘이 애당초 내세웠던 2030 세대 결집의 '세대포위론'도 힘을 잃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30 남녀의 압도적인 지지를 자신했으나, 여성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선이 끝난 후 상대 진영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이 합리적인 정책보다 표심을 위해 유권자의 감성적인 부분만 건드리는 데 치중했다는 것이다.
성모(29) 씨는 "정치권에선 젠더 갈등을 수면 위로 올려 '네 편 아니면 내 편'처럼 유권자들을 포섭했다"며 "후보들이 미래 세대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공약을 내세워야 했는데, 감성적으로만 호소해 유권자로서 씁쓸함을 느낀 대선이었다"고 말했다.
이동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이대남과 이대녀 현상이 있었는데, 이번 대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정치권에선 선거 전략이라도 성차별적인 공약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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