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폭주·무능에 준엄한 국민 심판…고개 숙인 이재명

입력 2022-03-10 04:04:57

문재인 정부 실정·민주당 기득권화…정권 재창출 물거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산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산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이 문재인 정부의 오만·독주·무능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치교체'를 외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국민의 선택은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었다. 이 후보의 패인을 한 두 가지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현 정부의 실정(失政)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촛불 시위에 힘입어 탄생한 문 정부는 지난 5년 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에 반하는 정책으로 민심과 멀어졌다. 탈(脫)원전을 공약한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선언하면서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최근에는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원전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 사이 세계적 수준의 한국 원자력 생태계는 황폐화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제는 자영업자들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되레 일자리를 뺏어가는 부작용을 낳았다. 반시장적인 소득주도성장이나 집 없는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긴 부동산 정책 등 실정은 열거하기 숨 가쁠 정도다.

시작은 창대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연출했던 것과 달리 남북관계는 얼어붙을대로 얼어붙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빈손으로 운전석에서 내려오게 됐다. 북한 집착증과 중국 눈치 보기에 매달리는 동안 자유·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동맹은 퇴색했고, 국익과 안보가 위태로워졌다.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한 코로나19 대책은 하루 확진자가 하루 30만명대로 치솟아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민심이 돌아선 결정타는 공정과 정의를 앞세웠던 문 대통령이 불공정과 불의를 보여주면서다.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선거 공작을 벌였고,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먼 조국·추미애 장관을 잇달아 법무장관에 임명하면서 진영 대립을 불렀다. 그리고 불리할 때면 내놓은 카드가 '내로남불'이다. 국민을 지치고 화나게 하는 일이었다.

반면 "우리 총장님"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고 지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막상 정권 불법을 수사하자 사실상 자리에서 내쫓았다.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윤 당시 총장이 야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를 거머쥐고, 당선된 것은 무엇을 시사하나.

특히 민주당이 2022년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뒤 주권자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것도 결정적 패인 중 하나다, 야당 몫인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빼았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몰아붙이는 등 독주로 일관했다. 의석수에 도취해 오만해졌지만, 정책과 민생에 있어서는 무능력 자체였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참패하고도 달라지지 않았으니 정권 재창출 실패는 예고된 셈이다.

민주당으로선 윤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이후 막판 지지층 결집에 총력전을 폈지만,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