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이재민대피소 ‘돌아갈 집도 없는데’
주민들도 화재 걱정에 잠 못드는 밤 여전해

"부모님의 유품도, 우리 가족의 추억도 모두 사라졌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7일 오전 울진군 국민체육센터는 많은 이재민이 모여 있음에도 낯설 만큼 적막했다.
이곳에선 이번 울진 산불 이재민 중 가장 많은 숫자인 184명이 힘겨운 생활을 보내고 있다.
무수히 설치된 텐트 앞에서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간혹 들리는 이야기 소리도 금세 그치기 일쑤이며, 한편에서 술을 마시며 한숨을 쉬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의 심미옥(64) 씨는 "집에 불이 덮치는데 혼비백산 도망치느라 차마 돌아보지도 못하고 몸을 피했다"면서 "함께 사시다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이며,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의 물건까지 몽땅 타버렸다. 귀중품도 문제지만 평생 추억이 모두 사라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심 씨의 마을은 10여 채의 가구 중 2채만을 남기고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 마실을 나가기 위해 잠시 집을 나섰던 심 씨는 다급히 팔을 붙잡아 끄는 이웃들의 손에 이끌려 대피소로 향했다.
울진군 북면 주인리의 전노미(72) 씨 또한 피신 당시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린다. 마을을 빠져나오면서 차 앞을 질러가는 불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전 씨는 "마을회장이 급히 승용차로 주민들을 태워 날랐다. 뒤편에 다가오던 불길이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치달리는데 차보다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았다"며 "아직까지 코 속에 불 냄새가 난다. 아무리 자려고 누워도 그 모습이 떠올라 몇 번이고 일어나 밤을 지새운다"고 한숨을 쉬었다.

당장의 화마를 피한 주민들도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이다. 나흘이 넘도록 불길이 잡히지 않으며 언제 다시 피해가 덮칠지 몰라 집 주변에 임시 방화선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울진군 근남면의 한 주민은 "집이 바로 산 밑이라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다. 소화기를 구할 수 없어 일단 집 주위로 물 호스를 길게 연결해 뒀다"며 "괜히 주변에 물을 뿌리는 등 밤새도록 가만히 있지 못하다가 새벽녘에나 겨우 잠이 든다. 가족들은 모두 피신시켰고, 낮에 집을 비울 때도 사람을 고용해 집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울진지역에는 이번 산불로 약 300여 가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며, 울진군에 따르면 7일 정오 기준으로 272명의 이재민이 12곳의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편 이날도 피해 주민과 이재민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각종 단체, 협회 등은 응급구호세트를 비롯해 모포, 수건, 생수, 겨울용 의류세트, 음료 등 구호물자를 전달했다.
경북과 대구 단체들의 도움 릴레이도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달려온 자원봉사도 피해 주민들을 위해 급식지원, 산불진화 등 자원봉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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