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기절초풍할 대선 사전투표"

입력 2022-03-06 16:33:14 수정 2022-03-06 19:31:11

다른 유권자 표가 내 손에…대구·서울 등 확진자 투표서 '부실' 의혹 잇따라
내가 직접 넣지 않고 남이 대신 투표함에 넣는 선거…'조작' '부정' 우려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투표소에서 한 남성 유권자가 기표가 완료된 투표지가 든 봉투를 받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투표소에서 한 남성 유권자가 기표가 완료된 투표지가 든 봉투를 받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확진·격리자' 선거 관리를 둘러싸고 20대 대선 사전투표가 '부실', '부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고는 믿기 힘든 선거'라는 유권자 항의와 불만이 폭발했다.

전국 투표장 곳곳에서 다른 유권자가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가 또 다른 유권자에게 전달되는가 하면,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참관인 등 선거 사무원들이 인계받아 대신 투표함에 투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밀선거' 등 선거 민주주의의 중대 원칙을 위반했다는 투표 참가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5일 대구 등 전국 확진·격리자용 임시 기표소에는 별도의 투표함이 없었다. 선관위는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참관인이 상자나 종이가방 등을 이용해 투표소 관계자에게 건네면 해당 관계자가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사전투표 참가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선관위 측은 "현행 공직선거법 151조 2항에 한 곳의 투표소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투표 당시 대부분의 확진·격리 유권자는 이 같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가 행사한 투표지가 제대로 투표함에 들어갔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는 유권자 항의가 빗발쳤다. 유권자와 투표소 측간 실랑이로 투표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잇따랐다. 선관위는 '유권자 자신이 투표한 용지는 자신이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한 또 다른 '공직선거법(157조 4항)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투표소에선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까지 나왔다. 대구 수성구 선관위와 만촌1동투표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5일 오후 5시 40분쯤 만촌1동투표소에서 50대 남성 유권자 A씨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든 확진자 투표용 봉투를 받자 선거사무원에게 강력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날 이 투표소도 확진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않고 별도 봉투에 담아 투표 사무원에게 전달했다.

이곳 투표소에서는 봉투 26개를 준비했으나 이날 80여명의 확진자 투표가 이뤄지면서 투표용지를 빼낸 봉투를 재사용하는 게 불가피했다. 대구 수성구 선관위 측은 "수성구청 소속 50대 사무원이 봉투를 비우고 재사용하려다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부정선거 가능성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A씨도 "내가 받은 기표된 투표용지는 무효표로 처리한다며 밀봉했다. 무효표가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단 한 표에 대해서라도 불신이 생기면 오해가 커질 수 있다"며 "사후에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지까지 알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선관위 측에서도 서면으로 답변을 주기로 약속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 선관위의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에서는 3명의 유권자가 봉투 안에 여당 후보에 기표한 기표지가 들어 있었다는 신고를 접수하면서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

일련의 부실, 부정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관위는 6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부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