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서기 79년 가을. 유럽대륙의 베수비오 화산이 분화를 시작했다. 첫 18시간 동안엔 분화가 천천히 진행돼 주민들이 대피할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화산은 점차 거칠어졌고, 곧이어 거대한 폭발의 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고, 재를 가득 머금은 구름이 30㎞ 이상 상공으로 솟구쳐 성층권까지 도달했다. 화염과 용암, 화산재, 유독가스는 도시를 완전히 초토화시켰고, 수많은 시민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고대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의 마지막 모습이다.
인류는 이같은 재난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재난 이후 인류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송병건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폼페이 최후의 날'인 베수비오 화산 폭발 이후 2천 년 동안 일어난 화산폭발과 지진, 감염병, 산업재해, 생태계 파괴, 이상기후 등 각종 재난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 그리고 재난의 공포 속에서도 생존의 답을 찾아냈던 인간의 고군분투를 들려준다.
지은이에 따르면 고대부터 근세까지는 주로 이같은 자연재난이 인류를 위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재난이 '신의 분노로 발생한 형벌'이라고 믿었다.
리스본 지진은 이런 인식에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1755년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 밀어닥친 지진으로 성당 등 수많은 건물이 무참히 파괴됐고, 길 곳곳은 커다랗게 균열됐다.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렸고, 쓰나미가 지나가자 수많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닷새 동안 이어졌다. 대다수 사람은 신앙심이 부족한 인간의 타락과 방종에 대해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당시 계몽주의자들은 과학적 근거로 지진에 접근코자 했고, 이는 지적 혁명에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산업혁명이 이뤄진 18, 19세기 재난은 인간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산업 발달로 노동이 증가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이 많았고 구휼 제도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아 더 큰 재난으로 이어졌다. 아일랜드의 감자 역병으로 인한 기근이 그 대표적 사례다.
1845년부터 유럽 곳곳에 발생한 감자 역병으로 수확량이 줄자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신음했고, 영양부족으로 허약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콜레라와 발진티푸스가 급격히 퍼져나갔다. 당사 아일랜드는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5년에 걸친 대기근 동안 1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20세기 이후엔 거대한 통제 시스템이 재난을 초래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대표적 사례다. 해안 지역에 높이 40m의 쓰나미가 밀어닥치며 도로와 주택이 파괴되고, 1만6천여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더욱 치명적인 지진 후유증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했다. 해수는 비상용 디젤발전기와 순환펌프를 침수시켰고, 이에 따라 냉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로 인한 방사능 유출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은 또 어떤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지구촌을 덮친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국내 신규 확진자는 1일 0시 기준 21만9천 명을 넘어서며 연일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은이는 인류가 이같은 재난으로 인해 온갖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 물질적 타격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는 점에 주목한다. 부상과 질병에 대비해 치료 기술을 발전시켰고, 감염병에 대응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역사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새로운 재난을 맞닥뜨리게 될 때, 큰 피해를 막고 대처하려면 과거의 재난이 남긴 생존의 단서와 교훈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것. 지은이가 책을 낸 이유다. 484쪽, 2만2천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