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까지 갤러리 문101
공중에 부유하는 거대한 폐전봇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시대의 에너지와 정보를 전달했던 문명의 상징은 더 이상의 기능을 잃고 버려진 잔해일 뿐이다.
김결수 작가는 이 폐기된 구조물을 예술로 끌어들였다. 전봇대 끝에서 드러난 철근은 나무의 가지와 뿌리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인공물은 자연의 형상을 닮아가고, 죽은 구조물에서 생명의 유기적 형태를 발견한다"며 "이는 인간이 구축한 문명 또한 결국 자연의 거대한 순환 속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중심부에 자리한 식물 군락은 이러한 의미를 더욱 심화시킨다. 가장 낮고 작은 자리에서 움트는 식물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명의 리듬과 시간성을 공간 속에 구현한다. 전시 기간 성장하고 변화하는 식물은, 작품을 고정되고 완결된 오브제가 아닌 살아있는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봇대 한쪽 끝으로는 불탄 나무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가는 화재로 소실된 어느 집에서 천장을 받치던 나무를 가져와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가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낸 불 탄 흔적은 그것이 가진 기억과 상처를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함께 담고 있다.
작가는 "산업화가 남긴 폐기물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인간 문명의 초상"이라며 "버려진 사물들을 다시 생명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켜, 소비 중심 사회가 잃어버린 순환의 윤리를 회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벽면에 투사되는 영상에는 집의 형태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다양한 형태로 생겨났다가 다시 소멸한다. 작가에게 집은 가족이 모여 오손도손 추억을 쌓은 공간이자 인간의 희노애락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한국만의 정서가 담긴 작품 속 집을 통해 관람객들은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한 원형적 기억의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중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개인전만 39차례 가진 그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유독 작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뚝뚝 묻어난다. 폭염 속에서 상당한 무게의 전봇대와 서까래, 소멸과 생성을 생각하게 하는 불탄 건축자재를 전시장으로 옮겨오는 것부터 쉽지 않았을 터.
이는 그가 꾸준히 천착해온 '노동과 효과성(Labor&Effectiveness)'이라는 주제의 연장선에 있다. 예술은 무용하고 무익한 노동이라는 평가 앞에서, 그는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노동의 의미와 그 존재 가치를 질문한다.
작가는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보다는 낡고 버려진 것에 예술가의 철학을 더하는, 작가가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에 주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전은 방천시장 내 갤러리 문101(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446길 15)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한편 작가는 지난해 조지아 트빌리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비롯해 사라예보윈터 국제현대미술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18 평창올림픽 파이어 아트 페스타 등 다양한 국제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