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대선과 콩도르세의 역설

입력 2022-03-02 11:52:14 수정 2022-03-02 19:19:13

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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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와 순위를 매기는 일은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 인류는 경쟁이 도입되면서부터 순위를 매기는 일에 열심이었다. 국가나 단체 등 집단에 있어 선택을 요하는 사항에 대하여 순위를 매기는 방법이 '다수결 원칙'이다. 다수결 원칙은 민주정치의 기본원리이다. 고대 그리스 이래로 인류는 이 방법을 이용해 왔다.

그런데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인 다수결 원칙도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3인의 유권자가 후보자 갑, 을, 병에 대하여 투표를 한다고 가정하자. 갑, 을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는 갑이 이기고, 을, 병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는 을이 이겼다. 그 경우 유권자의 선호도는 갑, 을, 병 순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갑, 병을 상대로 투표를 하거나, 갑, 을, 병을 상대로 투표를 하면 병이 승리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이 역설을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콩도르세의 역설'(Condorcet paradox), 또는 '투표의 역설'이라고 한다. 다수가 선호하는 후보자가 투표에서 항상 승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행성(移行性)이 다수결 투표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갑, 을 사이에 적용되는 선택의 기준이 을, 병 또는 병, 무 사이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Kenneth J Arrow)는 콩도르세의 역설을 보완하여 다수결 투표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시도하였다. 애로는 이상적인 투표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들을 설계하였다. 그러나 그 조건들이 동시에 모두 충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다수결 투표의 결함을 보완하려는 애로의 연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결함 없는 완전한 투표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른바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이다.

20대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의 선택 기준은 다양하다. 정책, 능력, 소속 정당, 정치 경력, 배우자 리스크 등이 중시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냐, 정권재창출이냐 하는 점일 것이다. 단일화 결렬 선언 이전까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권교체 50%, 정권재창출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 공정을 내팽개친 조국 사태, 무능한 인사로 인한 경제 파탄 등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다.

그런데, 선두 주자인 윤석열 후보자의 지지율은 정권교체율(50%)에 미치지 못하고, 이재명 후보자 지지율과의 차이도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 차이(10%)에 미치지 못한다. 이 현상에 대하여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애로의 이론에 따르면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독립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지율을 전제로 놓고 보면, 정권교체 및 정권재창출과 '무관한 대안'은 바로 안철수 후보자이다.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독립성'이라는 조건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제도가 구성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속성이다. 안 후보자의 존재로 인하여 '정권교체'라는 다수결에 의한 바람직한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애로의 연구 결과가 민주적 투표 제도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완전하지만 다수결 원칙에 입각한 투표보다 우월하고, 실현 가능한 제도는 없다. 그러기에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1주일 남은 대선에서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안 후보자의 최종 선택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원하는 국민의 다수 여론과 배치되는 정치적 행위는 허망이다. 안 후보자가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에도 '정권교체는 국민들의 열망'이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밝힌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라 본다. 다음으로, 안 후보자가 완주할 경우 '무관한 대안'인 안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태도이다.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위해 안 후보자에 대한 지지 철회와 윤 후보자로의 '표의 결집'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