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고령 산불, 축구장 950개 면적 잿더미 "뜬눈 밤새웠다"

입력 2022-03-01 20:21:08

주불 잡혔지만 '산불 3단계·동원령 1호' 유지
양로원·요양원서 대피 소동…헬기 27대 동원 재발화 방지
전문조사반 현장 감식 착수…달성군 야산서도 잔불 진화

1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산불 현장 인근에서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위해 물을 담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낮 경남 합천에서 시작돼 경북 고령군까지 확산된 산불이 이틀째 이어져 산림과 소방당국은 헬기 47대, 인력 1천9백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산불 현장 인근에서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위해 물을 담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낮 경남 합천에서 시작돼 경북 고령군까지 확산된 산불이 이틀째 이어져 산림과 소방당국은 헬기 47대, 인력 1천9백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남 합천군 율곡면에서 시작해 경북 고령군 쌍림면까지 넘어간 대형 산불은 발생 28시간 만인 1일 오후 6시 쯤 큰 불길이 잡혔다.

일단 불길은 잡았지만 합천에서 일어난 산불이 고령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밤사이 고령주민 460여명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산불로 잿더미가 된 영향구역 면적이 축구장 950개와 맞먹는 약 675㏊에 이르는 등 큰 피해를 냈다.

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2시 27분쯤 시작된 합천·고령 산불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 90%를 기록했다.

산림당국은 주불은 잡혔으나 수풀이나 낙엽에 남아있는 잔불 정리에 나선 상태다. 헬기 27대와 진화대원 2천483명을 동원해 재발화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경남 합천에서도 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주불은 완전히 잡히고 투입된 진화대가 잔불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러나 산림당국은 관할 기관뿐만 아니라 인접 기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산불 3단계'와 주변 시·도의 소방력을 동원하는 '동원령 1호'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 등으로 전문조사반을 구성해 현장에서 조사·감식에 착수했다. 이들은 발화 원인 및 지점, 확산 경로, 인명 및 재산피해, 발화범 검거를 위한 증거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공조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산불을 진화해 나가겠다"며 "재발화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불길은 잡혔지만 주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전날 밤 산불이 확산하면서 고령군 쌍림면 신촌리, 합가리, 산주리, 매촌리 등 4개 마을 주민 460여명이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으로 몸을 옮겼다. 또 쌍림면 대창양로원에서 환자 등 63명이 대가야생활촌으로, 대창요양원에서 환자 등 30명이 유스호스텔로 각각 대피했다.

고령군 쌍림면 합가2리 이장 조의섭(64) 씨는 "동네 주민들 모두 혹시라도 불이 마을로 번질까봐 걱정돼 밤새 거의 못 잤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1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산불 현장 인근에서 산불감시원이 잔불을 확인하며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낮 경남 합천에서 시작돼 경북 고령군까지 확산된 산불이 이틀째 이어져 산림과 소방당국은 헬기 47대, 인력 1천9백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산불 현장 인근에서 산불감시원이 잔불을 확인하며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낮 경남 합천에서 시작돼 경북 고령군까지 확산된 산불이 이틀째 이어져 산림과 소방당국은 헬기 47대, 인력 1천9백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영미 성주소방서 소방장은 "주민들이 다 고령층이어서 잠을 못 자고 불안해했다. 소방서에서 집으로 절대 불이 옮겨가지 못하게 최선을 다할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수 차례 주민들을 달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최초 발화한 대구 달성군 산불도 재발화를 거듭하면서 산림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1일 대구시와 달성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9시쯤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광덕사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났다. 이 불은 다음 날 오전 5시 10분쯤 진화됐지만 27일 오후 7시 42분쯤 재발화했다가 28일 오후 2시 10분쯤 꺼졌다. 불은 이어 오후 11시 40분쯤 같은 장소에서 2차 재발화했다.

산림당국은 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피해 면적이 9ha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산림당국은 헬기 7대와 인력 6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