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자 소설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절대적인 공간이 어느 만큼일까. 프라이버시로 불리는 심리적인 공간은 여기에서 다루지 말자. 휴가가 끝난 후 이혼율이 증가하는 통계는 순전히 집이 좁다는 물리적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84㎡ 아파트에서 네 명이 살며 좁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50㎡로 옮기자 뭔가 이상했다. 사실 둘이 사는 데 전혀 좁지 않았다. 계산상으로도 마찬가지 아닌가. 거주인의 수가 반으로 줄었으니.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문턱이나 벽의 경계에 발이 한 번씩 부딪쳤다. 한번은 발톱이 새카매진 적도 있었다. 어깨도 문이나 문틀을 찧어 멍이 들었다.
곧 적응이 되겠지 싶었지만 아니었다. 그 집에서 3년을 살고 난 후에 이사 나오기 직전까지, 신경 써서 몸을 움츠리지 않으면 어딘가에 부딪히는 건 여전했다(횟수는 처음보다 줄었지만). 사실 단칸방이었던 신혼집부터 시작해 작은 집에 산 적이 많았기에, 왜 그런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짐이 상대적으로 많아서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작은 공간으로 쪼개놓은 것도. 그렇다면 한 사람이 활동하는 데 절대적인 밀도가 있다는 말이겠다. 그러니까 짐을 제외하고 네다섯 평 정도는 돼야 내가 몸을 움직이기 적당하다는 결론이 섰다.
나는 행동력이 약한 사람이라 생각해 누구에게든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했더라도 주워 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내가 비겁해서 이렇다고 말하자, 누군가 말을 하는 것도 행동의 일부로 칠 수 있지 않겠냐고 격려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나는 옥탑방이나 지하방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시원처럼 너무 좁은 곳도.
서울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장마철에 반지하방에 가봤다. 벽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보지 않은 사람은 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아니다. 정말로 끊이지 않는 물줄기가 벽을 빽빽이 채워 흘렀다.
사실 나는 세를 얻거나 집을 사면서 그곳의 상태를 재는 기준으로 곰팡이의 유무를 본다. 곰팡이만 없으면 된다. 살면서 곰팡이를 없애는 것이 정말로 어려웠다. 그러니까 반지하방은 곰팡이의 집이었다. 거의 코로나만큼이나 작으니 사람의 방을 잠식하는 데 얼마나 유리한가. 역사를 되돌아보면 큰 개체부터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았던가. 분명 곰팡이는 인류보다 지구에 오래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작은 습관이 운명을 결정하는 줄 알지만,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것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에게 부적합한 환경이나 관습은 국가가 총대를 메고 금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정의례준칙 개정에서, 제사를 초저녁으로 바꾼 일이 나와 관련된다. 친정아버지는 공무원이라 개정된 준칙을 곧바로 따랐다. 몇 년이 지나 결혼을 하자 시댁에는 아직 한밤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준칙 핑계를 대며 초저녁으로 당기는데,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니 사회의 불합리한 일을 개인에게 미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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