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왜 하노이에서 자카르타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려는 길에 생긴 의문이다. 평소 아세안 국가,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로 인식하며 서울에서 도쿄 정도의 거리로 생각하였다. 한 번에 4개국을 거치게 되어 대체적인 지리적 위치만 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순으로 정하고 출장을 떠났다. 하노이에서 일주일 일정을 보내고 자카르타로 가려고 하는데, 호찌민에서 갈아타야 된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수도를 직접 연결하는 항공편이 없었다.
김우중 사관학교, 즉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 현지 연수가 진행되는 동남아 4개국 출장으로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오전 6시 하노이 출발이라 오전 4시에 하노이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니 인산인해였다. 1시간 넘게 줄을 서고 오전 6시를 조금 넘어 호찌민행 비행기를 탔다. 호찌민 공항에 도착해 국내선 공항을 나오니 오전 9시가 넘었다. 국제선 CIQ 수속을 감안해서 부랴부랴 서둘러 겨우 시간에 맞춰 탔다. 정오 출발인데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이륙했다. 공항 활주로의 정체로 1시간이나 늦어졌다.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비행시간 4시간 정도 걸려 오후 5시쯤 도착하여 자카르타 공항을 빠져나오니 오후 6시가 넘었다. 공항 기준으로 14시간이나 걸렸다.
이 일로 아세안, 동남아를 정작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역을 사업으로 오가는 분들의 지식도 투자나 거래가 있는 개별 국가에만 머물고 있다. 아세안 국가끼리 경제교류 수준도 잘 모른다. 그냥 퉁쳐서 몇억 명의 시장이라며 유럽연합(EU)을 바라보는 수준인 듯하다. 나라마다 정치 체제, 정치 이념, 종교, 문화, 지리, 심지어 식민지 경험 등 역사도 크게 다른 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특히, 1950년대 식민지 해방 이후 냉전체제 시대에 호찌민은 남베트남으로 서방 자본주의 제1세계, 하노이는 북베트남으로 공산 사회주의의 제2세계로, 인도네시아는 제3세계 동맹에 속하였다. 그날 출장의 최종 목적지이자 연수원이 있는 반둥(BANDUNG)은 1995년에 제3세계 국가들의 비동맹운동을 촉발한 국제회의 개최지라는 역사도 있다.
기업들이 진작에 동남아 현지에 펼쳐 놓은 한국 법인 수가 2020년 말 기준으로 베트남 7천500곳, 인도네시아 2천400곳 수준이다. 최근 국내외 기업 환경의 한계로 탈출구를 동남아에서 찾는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개최한 '제1회 글로벌 비즈니스 오픈 포럼'의 베트남 강좌에서 나온 질문이 있었다.
포스트 차이나, 포스트 베트남이 어디일까. 인도차이나 지역에서 30여 년간 비즈니스 활동을 한 강사는 2년 전까지는 미얀마를 들었지만, 이제는 인도네시아를 꼽겠다고 한다. 정치적인 요인이 크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구 규모와 연령대별 구조, 1인당 GDP와 성장 속도 등을 모두 따져 보았다. 베트남을 포함한 3개국의 2010년과 2019년을 비교했다. 1인당 GDP는 인구 약 1억 명의 베트남이 지난 10년간 101% 늘어난 2천725달러, 인구 5천만 명의 미얀마는 41% 늘어난 1천407달러, 인구 2억7천만 명의 인도네시아는 32% 늘어난 4천123달러라는 통계가 말해 주고 있었다.
기업인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나라마다 따로 나누어서 조사하고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바로 옆 나라가 지구 반대편 나라의 거리감과 비슷하니 보통의 노력으로 되겠는가. 실제 미얀마든 인도네시아든 너무 모르고 있는 듯한 것이 안타깝다. 자카르타에서 식사하고 반둥 숙소에 도착하니 다음 날 오전 1시였다. 뒤에 따져 보니 하루 정도 여유만 가지고 하노이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반둥으로 비행기를 통해 갔으면 수월하다고 한다. 잘 모르고 쫓기듯이 다니는 우울한 결과였다.
그나저나 마침 대통령 선거철로 레짐 체인지가 눈앞에 있다. 미래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의 글로벌 활동을 도와주는 안목이 절실하다. 사회 전체가 '방 안 풍수'(집 안에 들어앉아 밖에 별로 나다니지 않는 사람 수준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미래가 글로벌에 있다는 화두는 하루 이틀 전에 나온 말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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