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가 초등 배구부 코치 협박?…노조 규탄 집회서 주장

입력 2022-02-15 17:11:27 수정 2022-02-15 20:21:17

노조 측, "상급학교 진학 안 시키면 배구부 해체, 지원 예산 삭감, 코치 해제한다고 갑질"
시교육청 측, "학교운동부 운영 관련 내용 전달하는 과정… 갑질 사안은 아니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이하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15일 오전 11시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시교육청의 학교운동부 파행 운행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윤정훈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이하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15일 오전 11시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시교육청의 학교운동부 파행 운행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윤정훈 기자

대구 한 초등학교 배구부 코치가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등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이하 노조)는 15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학교운동부 파행 운행과 직장 내 괴롭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3일 동부교육지원청 장학사 A씨는 삼덕초등학교 배구부에 지도 점검을 나갔다. 이날 A씨는 삼덕초 배구부 코치 B씨에게 소속 학생선수들을 대구일중학교로 진학시키지 않으면 "배구부를 해체하거나 지원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 지도자(코치) 배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대구시교육청 담당 과장 C씨에게 부당함 호소했으나, 오히려 C씨가 B씨에 대한 코치 평가 점수를 0점으로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이러한 내용을 국민신문고에 신고했고, 시교육청은 지난 1월 초 "갑질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냈다. 시교육청은 문제가 된 A씨의 발언에 대해 "학교운동부 운영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며 "갑질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불편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장학사가 추후 학교를 방문해 사과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구부 해체와 지원 예산 삭감, 코치 배정 해제 등 B씨가 문제 삼은 발언 내용은 학교 운동부 운영에서 선수 진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육(지원)청에서 고려할 수 있는 조치사항이라는 입장이다.

A씨는 "본청 차원에서 삼덕초 교장에게 이미 전달했던 사안이고 단지 지도 점검을 나갔을 때 이러한 내용에 대해 시교육청 운동부 운영방침을 다시 안내한 것 뿐"이라고 했다.

C씨는 "'상급학교 진학'은 시교육청에서 학교에게 요청하는 코치 평가 항목 중에 있는 내용"이라며 "삼덕초 선수 중 대구일중으로 진학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데 학교가 보낸 평가가 만점이길래, '상급학교 진학' 항목을 0점으로 처리하라고 내가 아닌 장학관이 교장에게 말한 것"이라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는 "B씨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와 학생 선수들의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코치 고용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노조 차원에서 A씨와 C씨를 노동청에 직장 갑질로 신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구선수를 목표로 하는 여학생은 보통 삼덕초에서 대구일중, 대구여고 순으로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대구일중의 코치가 학생 지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삼덕초 학부모들이 대구일중으로의 진학을 피하고, 배구부가 있는 다른 지역 학교로 가는 일이 이어졌다. 이에 시교육청은 "학생선수 유출을 방지하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이번 논란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