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文의 ‘쉴드치기’

입력 2022-02-13 18:36:47 수정 2022-02-13 19:12:08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국외자(局外者)가 상황을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볼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한국 대통령 선거 보도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WP는 "다가오는 대선은 '비호감들의 선거'라고 불릴 만큼 새로운 역대 최악에 도달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WP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유력 후보 중 '누가 덜 악(惡)한가'를 판단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후보자 부인들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까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포퓰리즘 공약과 저급한 말싸움만 난무하고 공약·정책 대결은 실종 상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이다.

대선을 20여 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야당 후보와 1대1로 맞서면서 대선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란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 되는 데 문 대통령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윤 후보에게 과잉 반응을 보인 이유는 두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관망하는 친문(親文) 표를 몰아줘 기울어가는 선거판을 반전시키려는 속셈이 깔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논란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이 부적절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남북관계까지 선거에 끌어들였다. 대선에서 극도로 발언을 자제한 역대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언행이다.

정권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 문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 정권에 대한 차기 정부의 수사에 미리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워 차단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있다. 일찌감치 실드(shield·방패) 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윤 후보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이라고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패가 얼마나 튼튼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