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오후 6시 30분 대구에서 열린 '2022 대구경북인 신년 교례회'. 행사 시작 40분 전부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지역 주요 기관단체장과 명망 있는 원로 기업인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이 자리에 초대된 150여 명의 대구경북 지도자들을 맞고 있었다. 입장하는 사람들은 한 해를 시작하는 신년 인사회인지라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때 멀리서 홍준표 국회의원이 나타났다. 다들 그의 올곧은(?) 성정을 아는지라 반갑게 맞으려 채비를 하고 있는데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꼿꼿하게 걸어온 그는 입구에 서서 참석자들을 맞던 기관단체장과 기업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행사장으로 입장해 버렸다.
한동안 아주 멋쩍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참석 전 기분 나쁜 일이라도 벌어졌던 것일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행사장에 마련된 헤드 테이블에서도 있었다. 자리에 앉은 그에게 한 70대 기업인이 인사를 드리러 갔다. 공손하게 인사하고 명함을 건넸지만 홍 의원은 자리에 앉은 채로 명함을 받고 이내 눈길을 돌려 버렸다. 순간 당황한 그 기업인은 멋쩍은 듯이 본인 자리로 돌아갔다. 10분 정도 자리를 지킨 홍 의원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대구에는 홍준표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설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일부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그는 현직 시장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경선 후보로 이름을 널리 알려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지만 대구는 긴장했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와 경남도지사를 지낸 데다 지난 대선 때는 대선 후보였고, 이번 대선에서도 경선에 참여했던 정치인이 설마 대구시장에 관심을 가지겠느냐며 낭설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자도 홍 의원이 대구시장에 출마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차기 대선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을 홍 의원인지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하면서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단체장을 대선 징검다리로 여기면서 대구시장 출마를 강행할 수도 있다. 본인이 옳다고 판단하면 끝까지 승부를 보는 홍 의원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그가 대선에 대한 꿈을 접고 광역단체장 한 번 더 해 보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본인을 믿고 보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도전을 멈출 수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구시장에 출마하려면 홍 의원은 근본적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지역민들에 대한 무례함부터 없애야 한다. 신년 교례회장에서 보인 그의 태도는 대구경북에 대한 무시다. '내가 감히 누군데 너희들에게 고개를 숙여?'라는 경고와 일맥상통한다. 그런 그가 대구시장이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지난 국민의힘 경선 때 지역 국회의원들 가운데 공개적으로 홍 의원을 지지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지역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시장을 하겠다는 것은 무모할 수 있다. 시장은 국회의원들과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전국의 인재를 모아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지만 대구시장은 좁은 대구 바닥에서 시민을 아우르면서 가야 한다. 홍 의원이 대구시장을 하려면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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