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화엄경의 중심사상인 이 말은 신라 시대의 고승 원효의 이야기로 더 유명하다. 원효가 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깨어 보니 잠결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알고,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가 마주하는 희노애락은 마음에서 결정된다. 같은 일을 두고도 어떤 이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또 다른 이는 불행이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잘 다스리는 일,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심(心)의 근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었다. 그리고 그들은 심(心)의 발원(發源)이 바로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찾았다. 즉 마음을 잘 이해하려면 감정을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눈 앞에 펼쳐지는 일에 대하여 감정을 어떻게 느낄지 선택할 수 있는가?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감정은 조절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감정은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 즉 오늘까지 기록되어온 DNA가 자극에 반응하는 무의식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릴 적 잠들 때마다 자장가를 불러주시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음성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남성에게 끌림이란 감정이 생긴다는 것은 즉각적이고 무의식적 반응이다. 즉 감정이란 마음의 흔적에 기초한 외부 자극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말이다.
감정은 우리 삶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여준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대하여 감정이 생긴다면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살펴보아야 한다. 비록 좋은 감정이 아니라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무조건 나쁜 감정은 좋지 않은 것이라 밀어내고, 좋은 감정만 가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살아왔다. 남성은 사회화 과정에서 나약한 감정을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 되고,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에게 강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억압된 감정을 누르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이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슬픔이 쌓이면 우울이 되고, 밖으로 표출되지 않은 분노는 증오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가족의 죽음,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생각하지 못한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일이 발생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리 벽과 같은 감정의 소우주는 깨어져 버린다.
1997년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죽을 때 해리 왕자의 나이는 고작 12살이었다. 그는 왕자로서 보여야 할 위신 때문에 감정을 억제하고 살아왔고 너무나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고 20년이 지난 후에서야 고백하였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감정보다는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차, 좋은 집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돈이 많은 재벌은 하나같이 행복해야 한다는 공식이 나올 것 같지만, 정작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많은 분을 볼 때 그러하지도 않다. 즉 삶이란 트랙 위에서 전력 질주만 한 채, 감정도 없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도록 번아웃이 되어버린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발터 울프 (Walter Wolfe)는 "당신의 지친 마음은 어제 생긴 일이 원인이 아니다. 매일 자신을 속이며 지낸 삶의 결과다"라고 말한 것처럼, 오늘부터라도 자신을 돌아볼 용기가 필요하다. 즉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찾거나, 당신의 어떤 말에도 공감과 응원을 해 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울고 나면 감정이 정화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삶에 지쳤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일에 지친 것'이라고 일본의 작가 가토 다이죠는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어쩌면 '감정 구속'이 없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릴 때 그렇게 해맑게 웃던 당신이 나이가 들수록 웃음이 줄어든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은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 어떤 이유에서든지 말이다. 감정이 무딘 사람은 좋은 것을 보아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지친 마음을 내버려 두면 더 이상 삶이 즐겁지 않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연습을 해보자.좋아하는 꽃향기를 더 맡아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번 더 전화 걸어보는 작은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자. 내 자아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감정 상태일 때 마음이 평온한지 물어보자.
행복할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렵더라도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대면하는 것이다. 행복을 위한 해결책, 적어도 오늘만큼은 감정에 충실한,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자, 그런 하루가 내 인생에 필요하다고 자신을 스스로 설득하여 보자.

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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