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별관 달서갤러리
셔츠와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치열하게 질주하는 경주마 위에 올라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며 앞을 향해 달린다(Run run run, 2021). 또다른 작품에서는 역시 불편해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성이 마치 로데오 경기를 하는 듯 길들여지지 않은 소 위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Hang in there, 2022). 사회와 힘겨운 싸움을 하느라 뒤틀린 신체에서 온전한 안식과 위안에 대한 갈구가 엿보인다.
(재)달서문화재단 달서아트센터가 25일(화)부터 센터 별관 달서갤러리에서 심윤 개인전 '맨 인 더 시티(MEN IN THE CITY)'을 연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내면의 심리를 인물의 역동적인 구성과 흑백의 사실적인 묘사로 담아내는 심윤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작가는 자연재해와 질병, 고독과 우울, 강박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불안한 심리를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형 캔버스에 집약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오피스 워커(Office Worker, 2021)' 연작 두 점을 선보인다. 한 점은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 대표 조각 작품 중 하나인 '라오콘'을 모티브로 억압된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했다. 바로크 시대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연상케 하는 다른 한 점은 안식을 얻을 대상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재해석했다.
또한 '맨 인 더 시티(Man in the city, 2021)'는 미국 작가 고든 타플리의 '스트러글, 노 타임 포 러브(Struggle, no time for love)'라는 디지털 회화를 차용했다. 사랑을 쟁취하고자 거대한 큐피트와 대항하는 남성의 모습을 섬세한 기법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이처럼 작품에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이미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 대형 캔버스 속 흑백의 강렬한 대조와, 섬세하지만 흐릿한 화면 구성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날 현대인들이 느끼는 억압과 불안, 고독과 희망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성욱 달서아트센터 관장은 "바쁜 현대인의 심리를 대형의 흑백 이미지로 구현하는 심 윤의 작품세계를 지역민들이 함께 공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7일(목)까지. 일요일과 설 연휴는 휴무다. 문의 053)584-8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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