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무당 싫어한다”지만…尹 주변 ‘도사’와 ‘법사’ 가득?

입력 2022-01-17 16:56:42

세계일보 "건진법사 전모 씨, 국민의힘 선대본부 '고문'으로 업무 전반 관여" 보도
한겨레도 "30년 전 尹·金 부부 인연, 무정스님이 이어줬다" 보도
국힘 "고문 임명한 적 없고 개입 여지도 없어…무속인도 아니고 불교단체 기획실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무속인이 '고문' 직함을 달고 선대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하는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 주변에 무속인이 여럿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선거대책본부에) 몇 번 드나든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선거캠프 '고문' 건진법사…尹 손바닥 '왕'(王) 자와 관련?

세계일보는 17일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무속인 전모(61) 씨가 국민의힘 선대본부에 상주하며 사실상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권영세 선대본부장 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의 산하 조직 '네트워크본부'에 고문이란 직함으로 소속됐다.

복수의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 씨가 비공식 통로로 윤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자 그가 '비선 실세'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따르면 "전 씨가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바람에 이미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에 원인을 찾던 중 '전 고문'이 지목됐다.

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윤 후보 부부와 친분 있는 인물로, 2020년 여름부터 자신의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1일 국민의힘 5차 대선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적고 나온 게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무속인에게 의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양강구도에 있던 홍준표 후보는 이틀 뒤 페이스북(10월 3일)에 윤 후보 부부를 가리켜 "점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김건희 씨)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윤석열 후보)도 처음 봤다"며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지만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씨도 '온라인 운세 콘텐츠'를 주제로 논문을 쓴 바 있다.

같은 달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가 건진법사의 비선 활동설을 이미 제기하기도 했다. 윤 후보 쪽 비공식 캠프에서 그가 선거를 돕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7시간 통화'에서 김 씨는 당시 '열린공감TV' 보도에 대해 "(열린공감TV 쪽이) 좀 너무 부풀리더라"며 "스쳐 지나가는 관계는 다 그렇게 연루된 것처럼 얘기를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와 김 씨 이어준 무정스님과도 30년 이상 인연

한겨레도 자체 입수한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를 인용,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무속에 대한 상당의 신뢰를 보여온 정황이 곳곳서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일 김 씨는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명수 기자와 통화하며 무정스님이라는 인물이 윤 후보와 사이를 주선해 결혼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제가 결혼 안 하려고 했거든요, 계속. 저는 공무원하고 결혼하는 게 부담스러우니까. 근데 이제 옆에서 다들 나섰죠"라며 "무정스님이라고. 그분은 이제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 미안하지만 나이 차가 너무 많으니까 말을 안 했는데, 맞는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무정스님을 가리켜 "말이 스님이지, 진짜 스님은 아니다"며 강원도 출신 등 이력을 설명했다. 김 씨는 "점쟁이 그런 게 아니라 진짜 혼자 도 닦는 분"이라며 "세간에 내가 무당 많이 만난다고 이렇게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저는 무당을 원래 싫어해요. 제가 더 (점괘 등을) 더 잘 봐요"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주 공부하면 좋지. 자기 팔자도 풀고 그렇지. 그러네 이런 영감이 있으니까 군인, 경찰 이런 거 하면 잘 맞죠. 군인, 경찰은 그런 감이 있어야 해요. 그냥 머리만 똑똑하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우리 남편도 그런 약간 영적인 끼가 있거든요, 저랑 그게 연결이 된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는 또 윤 후보가 20대 시절 사법고시에 연이어 실패해 일반 구직을 하려 하자 무정스님이 "3년 더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며 "딱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 그래가지고 그분이 우리 남편 검사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는 검사 팔자다' 해가지고 검사도 그분 때문에 됐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32살이던 1991년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김 씨에 따르면 무정스님은 윤 후보와 30년 이상 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무정스님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고 말해 중간에 의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망하면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요. 열 받아가지고 다신 보지 말자고 말이야, 그때부터 인연을 딱 끊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무속인 '고문'? 몇번 드나든 게 전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전국네트워크위원회는 이날 공보단을 통해 "보도에 거론된 전모 씨는 선대본부 전국네트워크위원회 고문으로 임명된 바가 전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인사가 전국네트워크위원회에 몇 번 드나든 바는 있으나, 선대본부 일정, 메시지, 인사 등과 관련해 개입할만한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 씨가) 무속인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 직책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장도 "네트워크본부를 들어본 적 없다"며 "그런 사람도 모른다"면서 "선거 때문에 한, 두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선대본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도에 대해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칭 국사인 무속인 건진대사가 선대위 인재영입 담당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충격"이라며 "아무리 정권교체가 중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들이 시중에 회자하고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