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60세에 오토바이로 알프스 넘기

입력 2022-01-14 10:30:00 수정 2022-01-14 19:34:33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환갑이 되면 뭘 할까. 지난 2021년 새해 벽두에 생긴 고민이었다. 난생처음 환갑이라는 익숙지 않은 나이에 그 나름 뜻깊은 이벤트나 기념할 만한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코로나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별의별 궁리를 해댔다. 마침 2년 전인 2020년에 '면허의 꽃'이라는 2종 소형 면허도 취득했겠다, 오토바이를 타고 유럽 알프스로 가자는 생각에 머물렀다. 2020년 그해에 코로나19가 끝나길 기다리며 예약해 둔 비행기 티켓이 필자의 생각을 도왔다. 1년 동안 묵혀둔 유럽행 티켓을 사용했다.

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021년 9월 말쯤 혼자서 독일 뮌헨으로 날아갔다. 미국 H-D사의 2천㏄ 오토바이를 일주일간 빌려서 알프스로 내달렸다. 1시간가량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달려 오스트리아를 지나 이태리를 잇는 3,000m급 '외츠탈' 고개를 넘었다. 고개에 오르는 시간만 1시간이다. 유럽 바이크맨들이 끝없이 고개를 넘나들었다. 이태리 북부이자 알프스의 중심부에 위치한 4,000m급 돌로미티 산맥은 바이크맨들의 성지이다. 바이크맨이라면 한번쯤 와야 될 돌로미티 산맥에서 그 나름 '환갑 이벤트'가 성공했다는 자축에 들떴다.

송곳니처럼 뾰족한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돌로미티 산맥을 넘어 동쪽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 잘츠캄머굿, 할슈타트 호수 등을 7일간 돌며 나 홀로 투어를 마쳤다. 관광지는 썰렁했다. 이동거리 1천670㎞, 하루 250㎞를 오토바이로 달렸다. 알프스 오토바이 투어 소감을 몇 자 적을까 한다.

▷오토바이로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다. 한국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경험이었다. 유럽의 고속도로는 최고 속도 130㎞ 내외이나, 독일 아우토반은 속도가 무제한인 만큼 호기심으로 180㎞로 달려봤다. 그 이상은 맞바람 때문에 힘들었다. 유럽은 51㏄ 33마력만 넘으면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 한국은 250㏄ 이상, 2종 소형 면허자에겐 자동차 전용도로만이라도 허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유럽의 도로 상황은 환상적이다. 맨홀 뚜껑과 도로의 아스팔트 높이가 같다. 한국은 맨홀과 아스팔트의 높이가 제멋대로다. 심지어 어떤 맨홀은 아스팔트와의 높이가 30㎝나 차이 나는 곳도 있다. 이륜차 운전자들에겐 유럽과 비교하면 위험천만한 도로다. 게다가 도로 곳곳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이 없다. 과속 팻말이 대신할 뿐이다. 도로 상황이 더 놀라운 것은 국도로 이탈리아 북부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2시간 내내 신호등 하나 없다. 신호등 없이 차들을 물처럼 흐르게 하는 도로 시스템이 감탄스러웠다.

▷유럽의 이륜차들은 교통법규 위반이 드물다. 일반 차와 마찬가지로 교통법규를 정확하게 지킨다. 이런 교통문화가 절실하다. 한국은 2종 소형 면허 소지자 50만 명에 원동기 면허 소지자 190만 명으로 인구의 5%가 이륜차 운전자들이다. 유럽은 사륜차나 이륜차나 다 같은 자동차라는 인식이다. 이륜차라고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따로 차별하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온 한 달 뒤, 독일에서 10㎞를 초과한 과속 딱지가 날아왔다. 범칙금 5만 원을 물었다. 이렇듯 법은 누구에게나 적용해야 하며, 동시에 이륜차 운전자의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 이륜차 운전자가 교통 무법자라는 인식 속에 이륜차 운전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 성숙한 교통문화를 위한 전제 조건은 누구에게나 같은 평등권이다.

임인년 한 해 동안 또 어떤 이벤트로 나의 삶을 채울까 고민하는 새해가 되었다. 새해에 모든 분의 다양하고도 의미 있는 '인생 이벤트'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