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
지난해 마지막 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영향 아래 있던 시기, 국민 문화예술 활동과 여가 활동을 조사해 보니 비대면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온라인 공연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일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문체부 정책 담당자의 의견이다.
실제로 우리 시대를 코로나 팬데믹이 갑작스레 가져온 '뉴노멀 시대'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2년여에 걸쳐 일상의 여러 모습이 바뀌고 또 바뀌면서 어느새 적응하게 됐고, 이렇게 생활 환경이 바뀐 만큼 새로운 토양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십 년 공연장에서 잔뼈가 굵은 한 사람으로서 공연예술 현장에 깊숙이 들어온 온라인 공연이니, 공연의 영상화니 하는 '뉴노멀'이 아직도 가끔 당황스럽다.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페라 극장들이 있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빈의 슈타츠오퍼, 런던의 로열오페라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그리고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그 이름이 곧 예술의 상징이고 도시의 품격인 극장들이다. 연간 200회에서 300회 공연하고, 수많은 관객과 예술인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던 이 대단한 극장들도 코로나 팬데믹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사이에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며 시즌 오프닝 공연이 취소되고 심지어 200일 동안 문을 닫았으며, 때로는 텅 빈 객석을 앞에 두고 비대면 공연도 펼쳤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일찌감치 공연의 '영화화'로 디지털 전환의 선구자가 되었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 확실하게 앞섰다는 각성도 일었다. 사실상 우리도 서둘러 시스템을 구축하고 퀄리티 높은 영상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은 그 속성상 '현장성'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 아닌가. 오페라건 콘서트건, 혹은 발레나 연극이라 해도 그 모두는 생동감이 생명인 현장 예술이다. 긴 시간 땀 흘려 준비한 작품을 마침내 무대에 올리고, 같은 시공간에서 예술인들이, 예술인들과 제작진이, 그리고 관객들이 눈을 맞추고 뭉클하게 교감하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당초 코로나 팬데믹이 이렇게 길어질 걸로 예상하지 못했을 때, 언제고 이 상황이 마무리되면 금세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박수 치고 환호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야말로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비대면 공연을 더 잘 준비하라는 신호가 가득하다. 지금부터는 정말, 우리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 같다. 변화된 상황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더욱 매력적인 콘텐츠로, 현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감동으로 우리의 소중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르는 노력이다.
앞서 언급했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위드 코로나 시대, 문화·관광·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했던 온라인 세미나에서 나온 또 다른 조사 결과가 위로는 된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 문화 활동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2022년에도 문화예술 분야의 관람 활동을 하겠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우리는 2022년, 사실은 전년보다 더 많은 오페라 공연을 준비했다. 함께 즐길 관객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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