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규의 행복학교] 행복의 역산

입력 2022-01-07 12:30:00 수정 2022-01-07 19:43:19

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행복은 마음의 고통, 번뇌가 없는 상태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음에 이는 일희일비의 바람을 잠재우며 평정심을 가진 삶을 살 수 있을까. 행복의 정답을 역산하여 생각해본다. 흔히들 내려놓기라는 말을 한다. 내려놓으면 모든 것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을 내려놓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며 하나의 의미로 단정 지을 수도 없는 무척이나 추상적인 말이다. 마음이 무거울 때, 심적 부담을 느끼는 상태일 때 우리는 '내려놓기'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왜 그 무거운 것을 담고 있는가. 바로 자신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욕심이 마음을 가리기 때문이다. 욕심이라는 실체에 대하여 또 다른 정의를 내려 보자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자신의 분수보다 더 큰 것을 바라는 마음. 예를 들자면 평소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는 사람이 단 며칠 만에 슈퍼모델과 같은 몸매를 원한다던가 책이라고는 보지 않는 사람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 바로 욕심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가지는 욕심은 더 나은 나를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욕심은 탐욕으로,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불만을 키워 불행을 자초할 뿐이다. 욕심이라는 것은 자신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기에 현실과 기대치의 괴리로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자 그럼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욕심이라는 답까지 찾았다. 나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살펴보고자 한다. 나는 행복의 기본전제로 '내적성찰'을 먼저 말한다. 자신을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지금 바라는 것이 과욕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고, 허상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내려놓기도 쉬워진다. 내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가려볼 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무소유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란 가진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을 더 담지 않는 것이 진정한 무소유라고 하였다. 195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압축적 근대화의 신화라는 수식어를 달면서 급속도로 자본주의 문화를 꽃피웠다. 그동안 부족하고 풍족하지 못하였던 삶에 한풀이라도 하듯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자신의 삶을 대변하듯이 21세기의 문을 함께 열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의 행복이 침해받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은 어떤 국가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 행복은 그야말로 극히 주관적이며 정량적인 형태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자신을 잘 아는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을 살 것이며, 남들의 시선과 말들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다.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면 깨어있는 삶 또한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수도 있고, 과한 욕심도, 일희일비하는 하루도 보내지 않을 것이다.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 달력, 새 다이어리를 선물 받으면 보통 무엇으로 한 해를 채워 넣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새해가 될 때마다 새로운 계획들을 세웠지만, 절반도 실행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이 역시 욕심 때문이었다. 바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이유이다.

인디언들은 매년 달력을 만들 때 지금의 달력처럼 단순히 숫자만 적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자연의 변화를 담아 1년 열두 달의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부족에 따라 다르지만, 그중 풍카족은 12월을 무소유의 달이라 하였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먼저 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현재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숫자나 텍스트가 아닌 내면을 바라보는 삶을 지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유하는 데 마음이 머무르기보다 나 자신을 아는 데 눈길이 머무른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평온이 마음에 깃들 것이다. 성숙한 마음의 눈은 어느새 청안한 나날들을 가져다줄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좋아지고 열매가 많아진다. 내적 성찰을 통해 마음의 뿌리가 단단해진다면 욕심과 역경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풍요와 행복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행복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