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축하" 지지자들 병원 앞에 모여 "탄핵무효" 주장

입력 2021-12-31 00:01:18 수정 2021-12-31 07:45:54

31일 0시 사면 앞두고 축하 집회…일부 시민단체는 '사면 규탄' 맞불행사

30일 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30일 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을 앞두고 지지자들이 축하 메시지를 전하려 그가 입원한 병원 앞에 북적이고 있다.

30일 오후 10시 이후 서울삼성병원 앞은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시점인 31일 0시를 앞두고 모인 우리공화당 당원 등 지지자들로 가득한 상황이다.

60대 이상 노인이 대부분인 이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양손에 태극기와 야광봉 등을 들고 밝은 표정으로 모여섰다.

병원 앞 인도에는 전국 곳곳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축하하며 보낸 화환이 250여m 이상 늘어섰다. 화환에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하거나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문구들이 붙었다.

병원 주변에는 여러 개의 현수막도 내걸렸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을 기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자유의 몸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등의 내용이다.

병원 정문 앞에는 지지자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4m 높이의 LED 트리가 '박근혜 대통령 건강기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섰다.

사면과 맞물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30일 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30일 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는 이날 오후 10시쯤부터 병원 주변에 자리잡았다.

국본의 집회 참가자 60여 명은 저마다 털모자와 롱패딩,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채 태극기 등을 손에 들고 집회 장소를 굳건히 지켰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왔다는 지지자 박종문(63) 씨는 "박 대통령 탄핵은 무효다. 청와대 복귀까지 해야 법치가 바로 선다"고 소리 높였다.

우리공화당도 이날 오후 11시 30분부터 병원 정문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환영하고 쾌유와 명예회복을 기원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0여 명이 기자회견 전부터 무대 앞에 의자에 앉아 '명예회복', '탄핵무효'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도 사면 환영 집회를 중계하기 위해 곳곳에서 모였다.

이날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이나 과격행동 등에 대비해 경력 2개 부대 약 150명을 배치했다. 진보당 측이 병원 앞으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을 보내 잠시 소란이 일었으나, 이후로는 별다른 충돌이 빚어지지 않았다.

3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시민발언대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시민발언대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맞불 행사도 열렸다.

전국민중행동 등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박근혜 사면 반대, 문재인 정부 규탄 시민발언대' 행사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시민 200여명이 사면을 반대하는 문구가 쓰인 피켓과 촛불을 들고 모였다.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에서는 시민 10여 명이 발언대에 서서 "이번 사면은 촛불정신을 배반하는 행위"라 주장하며 현 정부의 결정을 규탄했다.

자신을 "5년 전 촛불항쟁을 함께 한 시민 중 한 명"이라 소개한 한 시민은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를 사면한 건 적폐청산 실패로 촛불시민을 실망시킨 것이고, 사실상 촛불정부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3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시민발언대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시민발언대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수감생활을 해 오다 정부가 결정한 신년 특별사면으로 31일 0시 풀려난다. 이는 2017년 3월 31일 탄핵에 이어 구속된 지 4년 9개월(1천736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중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어도 내년 2월 2일까지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전망이다.

30일 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박 전 대통령 쾌유 기원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30일 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박 전 대통령 쾌유 기원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