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능 상실 안심공업단지 용도 변경 논란, 묘안 찾아야

입력 2021-12-31 05:00:00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이 안심공업단지를 뉴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공업단지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이곳 일대의 토지 활용도를 높여 영천·경산을 잇는 대구 동북권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방향 설정에는 명분과 타당성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특히 이 일대를 제2의 안심뉴타운, 즉 대규모 주거단지로 만드는 계획이라면 더욱 그렇다.

안심공업단지는 1970년대 섬유 공장들이 동호·각산·신서동에 들어서면서 자생적으로 생긴 공업지역이다. 1974년 대구시는 이곳 54만㎡를 일반공업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계획성 있게 조성된 공업단지가 아닌 관계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데다 공장들이 이전하거나 문을 닫으면서 현재 전체 필지의 절반 가까이가 유휴지인 상태다. 남아 있는 건물 307동 중에 동구청에 등록된 공장은 47개에 불과하다.

사실상 공업단지 기능을 상실한 이곳을 일반공업지역으로 계속 묶어 두는 것은 토지 활용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 일대 주민과 동구의회가 대구시에 줄기차게 도시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핵심 관건은 어떻게 개발하느냐인데 이 지점에서 동구청과 대구시의 견해가 갈린다. 동구청은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을 염두에 두는 반면, 대구시는 첨단의료산업 거점으로 조성하지 않는 한 도시계획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안심공업단지 땅을 실효적으로 사용한다는 총론은 맞지만 뉴타운식 개발이 능사는 아니다. 안 그래도 시기적으로 대구의 아파트 과잉 공급이 지역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공급된다면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대구 전체 아파트 미분양 물량의 60%나 차지할 정도로 동구는 아파트 과잉 공급이 심각한 곳이다. 안심공업단지의 용도를 바꾼다면 당연히 미래형 첨단산업 부지로 가닥을 잡는 게 맞지, 빈 땅이 있다고 아파트 지을 욕심을 낼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