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으로 감상하는 미술작품…'여섯 향기'전

입력 2022-01-03 13:50:52 수정 2022-01-03 19:05:10

대구 아트스페이스 펄 29일 토요일까지

권효정 작
권효정 작 '마이다스의 손'
신준민 작
신준민 작 '흰빛'

미술 작품을 후각으로 감상한다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그러하다는 걸까.

무엇보다 후각은 임의로 차단할 수 없는 유일한 감각이다. 꿈을 꾸거나 숨을 쉴 때도 작동하는 감각이다. 또 냄새 즉 향기는 영성과 육체의 건강에 대한 지표이기도 하다.

아트스페이스펄은 이런 논리로 6명의 아티스트가 품고 있는 예술의 향기를 후각으로 느끼기 위해 '여섯 향기'(Six Scents)전을 열었다. 참여 작가는 권효정, 김건예, 노비스르프, 서옥순, 신준민, 황우철이다.

이번 전시는 6명의 아티스트가 풍기는 '예술의 향기'와 삶의 호흡이 담긴 '제6감'을 포함한 중의적 의미도 갖고 있다. 이는 색과 형이 주는 미술의 향기로 코로나19가 주는 호흡의 공포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지속적인 마음의 향기로 오감 작동의 단단한 친구가 되어 삶의 향기로 거듭 새로워지는 삶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권효정은 '손'을 통해 맛과 멋을 전한다. 전시된 손을 감상하면서 원하는 사람들이 주문을 하면 자신의 손을 직접 캐스팅해 만들어주는 'Midas Touch.khj'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손이 주는 촉각을 생각하고 자신의 손을 캐스팅해 소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를 꾸렸다.

김건예는 독일 유학시절 미술 소장가인 친구가 선물한 책과 신문에 대한 추억의 향기를 작품에 담았다. '1960년대 현대미술 도록'과 전시 소개가 담긴 한 장의 신문, 그 신문에 실린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인 인물을 통해 그리운 친구에 대한 향기를 담은 그림을 선보였다.

노비스르프는 고독한 예술가의 향기를 고흐의 해바라기에 투영한 '파이어 페인팅'을 보여준다.

서옥순은 삶의 기억과 경험들을 자화상에 투영해 천에 바느질로 다양한 크기와 방식으로 인간의 모습을 겹쳐놓았다. 캔버스에 녹아든 눈과 눈물이 원을, 그리고 선은 원을 중심으로 둥글게 겹치듯 말듯 흘러내린다.

신준민은 선배 작가의 글과 그림을 읽고난 후 자신의 호흡을 담았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감각하는 일상이나 산책길 강물의 수면에서 반짝이는 흰 빛과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통해 느끼는 향기에서 문득 겹쳐지는 낯설지 않는 타인인 동시에 또 다른 나의 향기를 감각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황우철은 미국 유학시절 몰입했던 서체추상과 세라믹 작품인 '뮤즈'를 내놨다. '뮤즈'는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춤사위를 하듯 예술적 향기를 불러들인다. 전시는 29일(토)까지. 문의 053)651-6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