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거리두기로 횡재한 자가 보상하라

입력 2021-12-29 13:54:03 수정 2021-12-29 16:00:13

오정일 경북대 행정대학원장

오정일 경북대 행정대학원장
오정일 경북대 행정대학원장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이하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손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정부가 두 손을 들었다. 대통령 선거 때문인지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한다. 여당은 50조 원을 지원한다고 하고, 야당은 50조 원을 얹어서 100조 원 지원을 약속했다. 내 돈이 아니라고 다들 쉽게 말한다. 정치는 남의 돈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거리두기는 편익(便益)과 비용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거리두기 초기에는 편익이 강조됐지만 갈수록 비용이 부각되고 있다. 거리두기에 따른 비용은 크게 두 종류다. PCR 검사, 백신 접종, 확진자 격리, 환자 치료 비용은 건강보험을 통해 시민들이 부담한다. 여기에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다.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자 매출 감소는 또 다른 비용이다. 이는 정부가 자영업자의 영업 자유를 침해한 결과다. 방역이라는 공익(公益)을 위해 사익(私益)이 침해된 것이다. 물론, 정부는 침해된 사익보다 공익이 크다고 주장한다.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에게 손실이 발생했다면 보상해야 한다. 문제는 보상 방법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세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세금은 시민들이 낸다. 시민들이 자영업자들에게 보상하는 것이 타당한가. 거리두기로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얻는 이득은 없다. 시민들은 소비 행태를 바꿀 뿐이다. 거리두기로 자영업자 매출이 감소한다면 누군가의 매출은 증가할 것이다. 거리두기 기간에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입기 때문이다. 거리두기로 이득을 얻는 자가 자영업자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거리두기로 누가 이득을 얻었는가. 온라인 상거래를 주도하는 아마존과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기업,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 쿠팡으로 대표되는 배송 기업, 엔씨소프트와 같은 온라인 게임 기업,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넷플릭스 주가가 급등했다. 주식시장은 정직하다. 주가는 이익에 비례한다. 가전제품 수요 증가로 삼성, LG 등 제조업 기업도 큰 이익을 얻었다. 거리두기가 적용되지 않은 대형 백화점과 마트는 방역 정책의 최대 수혜자다.

거리두기로 이득을 얻은 기업에서 자영업자로 '재분배'가 가능하다. 그나마 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재분배다. 재분배라는 말이 거슬린다면 '소득 이전'이라고 하자. 이러한 제안을 사회주의 또는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방역을 위해 자영업자 희생을 강제할 수 없다. 불가피하게 자영업자들에게 손실이 발생했으면 보상해야 한다. 공익을 위해 침해된 사익을 보상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정부의 의무다.

선례(先例)가 없다는 말은 하지 말자. 2012년 한미 FTA로 혜택을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서 피해 산업을 지원했다. 이를 '무역이득공유제'라고 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통해 제조업 기업에서 농어민으로 소득이 이전됐다. 무역이득공유제가 완전한 제도는 아니다. 제조업 기업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 기금 조성을 제조업 기업의 시혜(施惠)에 의존했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언급했다. 거리두기로 이득을 얻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면 정부가 세제, 금융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骨子)다. 기업이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정부가 기업에 혜택을 주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를 세금으로 보상하게 된다.

거리두기는 영업의 자유를 강하게 제한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정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자영업자 손실을 조건 없이 완전하게 보상해야 한다. 방역 정책으로 손실이 발생한 자영업자, 거리두기라는 공익을 위해 사익이 침해된 시민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 자영업자 보상은 선의(善意)를 바탕으로 한 시혜가 아니다. 당신이 돈을 많이 벌었으니 나눠 갖자는 공유도 아니다. 거리두기로 이득을 얻은 기업들이 보상을 하는 것은 의무다.

세금으로 자영업자들을 보상해서는 안 된다. 세금은 정치인들의 쌈짓돈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에게 그러한 권한이 없다. 계산은 분명하게 하자. 거리두기로 횡재한 자가 보상하라. 이것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