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술 감상에 재미가 붙었다. 얼마 전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았는데, 온종일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다른 일을 보다가도 가까운 곳에 전시가 있으면 짬을 내 둘러보곤 한다. '노래·춤'이라는 동적인 행위를 문화의 본질로 여겼던 문외한으로서 놀라운 변화다. 특히 작품을 뚫어지게 주시하면서 해당 작품을 제작한 당시의 작가 생각과 느낌을 상상하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미술은 이처럼 사람들의 심미적 욕구를 자극하고 채우는 마력이 있음을 새삼 느낀다. 도심 가까운 곳에 미술관이 왜 필요한지도 깨달았다.
대구 미술계는 올해 굵직한 이슈로 뜨거웠다. 대구시와 대구 미술계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적극적으로 펼쳤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실상 건립지를 서울로 결정하면서 안타까움을 줬다. 하지만 대구 미술계의 열망과 의욕은 꺾이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미술계의 숙원이었던 '대구근대미술관 유치'에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미술협회가 지난 21~26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경북 근대미술 발전에 선구적 역할을 해온 손일봉·김수명 작가의 특별 회고전을 연 것도 이런 열망이 담긴 것이다.
대구의 근대미술관 유치는 충분한 당위성을 갖고 있다. 미술계는 통상적으로 1910년대 우리나라 화가가 서양미술을 시작한 시점을 근대미술 태동기로 여긴다. 당시 대구는 서양미술 도입이 빨랐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 평양과 함께 우리나라 근대미술을 이끌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미술가 서병오, 이상정, 서동진, 박명조, 이인성 등이 모두 대구 출신이라는 점만 봐도 이를 짐작게 한다.
그러나 이들의 자료와 작품을 비롯해 근대미술을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들 자료나 작품을 소장하는 미술 애호가들에게 개인적인 관리를 맡겨 놓은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이런 유산들이 분실되거나 곳곳에 흩어지고 있다. 자칫 위대한 지역 유산을 사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근대미술관은 문화관광 측면에서도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광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유럽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투어가 여행 코스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미술문화는 관광문화로 직결된다.
대구로 눈을 돌려보면 과거 대구 하면 팔공산이나 두류공원 정도가 떠올랐다. 한정된 관광자원 탓이다. 그나마 2000년대 들어서 김광석거리나 근대골목 등이 관광상품으로 개발되면서 지역 관광문화가 다양해졌다. 근대미술관이 들어서면 이들 상품과 함께 대구 관광문화를 눈에 띄게 살찌울 수 있다.
대구미술협회는 도청 후적지에 국립 근대미술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대구미술관, 바로 옆에 지어지는 간송미술관과 함께 과거, 현재, 미래 미술을 아우르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사례가 거의 없어 '대구는 미술문화도시'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도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더욱이 근대미술관이 들어서면 김광석거리와 근대골목 등으로 연결되는 '아트 로드'를 완성할 수 있다.
한 예술인은 "대구에 뭐가 있나. 결국 먹거리는 문화와 관광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근대미술관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엔 대구근대미술관 건립이 가시화될 거라는 희망으로 새해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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