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흔들림 없는 보수적 성향…지방 낡은 틀 바꾸려하지 않아
칼럼 쓰면서 한계 상황만 확인
구원 등판한 투수의 마음은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데 오로지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리드를 지키기 위해 교체된 투수는 굳히기로 편하게 볼을 던지지만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된 구원투수의 심정은 얼음장의 발걸음처럼 조심스럽고 피칭 때마다 전력을 다해야 하는 피 말리는 순간의 연속이다.
골퍼의 심리적 경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샷 마다 클럽을 선택하는 기로에 서서 결정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방향을 정해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제목을 정하고 처음 도입부에 어떤 단어로 시작해야 할 것인가를 갈등한다. 혹여 갈등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애초 마음먹은 형태의 글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헛갈리는 심리적 동요는 글의 주제나 마무리까지 끌고 가는 동력이 급속히 상실될 게 뻔하다. 골프칼럼은 시의성과 계절적 요인뿐만 아니라 골퍼들의 수준, 상황별 기량에 따라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기준을 정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지난 시간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골몰해도 요원하기만 하던 지역 골프업계의 발전은 오히려 악명을 떨친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몫을 다했다는 웃지 못할 아이러니 상황이 전개됐다. 그럼에도 중앙 지향적인 불구성은 지역 골프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골프업계의 흔들림 없는 보수적 성향은 변화를 변신으로 착각, 지방의 분권적 특수성은 유지하고 종속된 업계의 낡은 틀은 좀체 바꾸려 하지 않는 안전망을 유지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골프칼럼은 곰팡이처럼 퍼진 관행들을 지적하고 세척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자임했지만 역부족이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의 칼럼니스트가 중앙 중심의 골프 관행에 분권적 자치 운운하며 억하심정의 항의를 외쳐봤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한계 상황만 확인했을 뿐 더 이상의 진전도 변화도 없었음을 필자는 알고 있다.
반면 지역의 수많은 골퍼들의 격려와 박수갈채는 오랜 시간 칼럼을 쓰는 필자에게 가장 큰 위로와 용기를 더해 준은 분명한 사실이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자칫 초라할 우려가 높지만 먼 훗날 또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회상할 때 떠남이 만남의 시작임을 알리는 역설로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몇 년 동안 칼럼을 집필하며 애쓴 편집기자님과 담당부장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그들의 배려와 격려가 없었다면 골프 지면의 성공적인 운용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새로운 골프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구력이 쌓인 묵은 골프가 남을 뿐이다. 골프업계의 비약적인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며 골프칼럼의 존재도 더불어 갈 수 있길 희망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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