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왜 읽는가

입력 2021-12-09 11:42:31 수정 2021-12-11 08:14:04

서영채 지음/ 나무나무출판사 펴냄

대구 불로작은도서관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불로작은도서관 모습. 매일신문 DB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만의 삶이 아니라 책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들의 삶이 거기에 있다.'

책머리의 첫 구절을 이렇게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서울대학교에서 2016년 가을학기에 개설한 교양강의 '동서양 명작 읽기'를 녹음해 고치고 다듬어 펴낸 것이다.

11편의 소설 텍스트가 등장하고 이를 읽고 학생과 저자가 질의응답을 하며 텍스트의 줄거리를 따라 점차 인문학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식으로 서술됐다.

저자는 책에서 '왜 읽는가'라는 질문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고 하니, 분명 책읽기를 통해 그것도 주로 문학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인간 인식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자기 삶의 수준에서 반복하거나 곱씹다보면 차이가 생겨나고 그 차이 속에서 자기 고유의 생각이 시작된다는 저자의 말은 독서의 요체를 알려주고 있다. 자기 고유의 생각이 싹틀 때 진짜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독서가 차이를 낳고 차이 속에서 창의적 자기 것이 얻어지는 것이다.

책은 1부 '책읽기'를 필두로 2부 '욕망', 3부 '성숙', 4부 '운명애'를 다루고 마지막 5부 '움직이기'에서는 독서를 하면서 갖게 되는 자기 서사를 통해 반복이 생산되는 차이와 구체적 보편성, 운명애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마지막 편에서 저자는 독서의 방법에 대해 팁을 제공한다.

소설의 경우 어떻게 읽을까에 대한 대답은 텍스트의 증상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책을 읽다보면 반드시 걸리는 부분이 있다, 특별히 인상적이거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증상읽기'란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텍스트와 증상은 다름 아닌 주관과 객관의 얽힘 세계이며 우리가 책을 읽고 생각할 때 텍스트가 만들어지고 증상은 텍스트를 만든다. 그리고 텍스트가 있는 증상이야말로 우리 생각의 증거라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를 구성하는 세 개의 축인 '상상-상징-실재'의 항은 언어의 세 요소인 '뜻(기의)-소리(기표)-지시 대상(사물)'의 항과 결부됨으로써 애매모호성과 소통의 오해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모두 14번의 강의과정을 통해 문학이론, 신화, 철학, 양자역학 등 다양한 영역의 학문적 성과를 끌어들여 '왜 (책을) 읽는가'를 풀어나가고 있다. 616쪽, 2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