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
올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뇌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로 잘 알려진 BMI(Brain Machine Interface), 즉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개발 등 뇌과학 성과 상용화와 산업적 기반 육성으로 국가 차원 미래성장 동력과 바이오 분야 '한국판 뉴딜'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BMI를 비롯한 뇌과학 관련 산업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세계 시장 규모가 무려 2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2011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기술영향평가 대상 기술로 BMI를 선정해 미래 시나리오 분석과 평가를 실시했다. 오래전부터 BMI를 비롯한 뇌과학 응용은 인공지능을 넘어 미래 5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뇌는 연구가 어렵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는 인류가 뇌를 100% 규명하지는 못하고, 나머지는 신의 영역으로 둬야 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연구분야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나노기술의 급속한 성장과 발전을 기반으로 뇌과학은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아주 빠른 속도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뇌과학은 인간 존엄성과 근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숙제를 준다.
과학기술은 우리 삶의 수준을 높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간성과 사회적 공존이 상실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불평등이 여러 곳에서 심화되고 있다. 지역 간 분쟁, 국가 간 전쟁과 같은 큰 문제로 확산하기도 한다.
과학기술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건강과 공존, 행복한 삶을 도모하는 '더 나은 사회'(The Better Society)의 매개체가 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뇌과학의 급속한 발전은 인간 존엄성을 비롯한 사회문화, 경제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뇌과학의 산업적 성과와 경제적 전망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윤리적, 법률적 쟁점에 대한 성찰도 동반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뇌과학에서 파생될 미래 문제에 대해 기존의 법과 윤리 규범에서 보수적으로 해석하기보다, 뇌과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담보하면서도 시의적절한 규제와 통제로 올바른 미래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뇌과학은 복잡성, 특수성, 전문성으로 인해 특정 소수 연구집단과 이해관계자만이 참여할 수 있어 일반인들이 함께 향유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 뇌과학계의 자율적 사회참여 노력과 기여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사회적으로 뇌과학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 강화와 교육추진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성과 고유 가치를 인정하면서 과학기술을 통한 올바른 사회구현을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학, 윤리학계에서 많이 인용하는 '미끄러운 경사길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A라는 행위를 허용하면 미래 B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A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미끄러운 경사길 이론은 다소 극단적 논리 비약과 오류로 논란이 있지만,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이러한 약점이 예상되니 다른 쪽으로 회피해 극복할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다.
뇌과학으로 인한 우려와 걱정만 하기보다는 과학기술을 촉진해 풍요로운 미래사회를 만들면서도 파생되는 여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윤리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에 다가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사후적 대응이 아닌 예방과 선제적 대응 조치를 위해서는 뇌과학자, 법학, 경제학, 사회학, 철학, 윤리학, 종교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그리고 우리 일반 국민이 모두 함께 모여 미래 의제를 발굴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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