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2030 세대와 대통령 선거

입력 2021-11-30 19:10:07 수정 2021-11-30 19:54:47

김수용 신문국 부국장
김수용 신문국 부국장

내년 3·9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2030 청년층, 이른바 'MZ세대'의 선거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이며, 박빙이 예상되는 내년 대선에서 이들이 최종 승자를 결정짓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정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후보를 택하기 때문에 이전 선거와는 판이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쏟아진다. 공정과 정의를 목청껏 외치며 출범한 현 정권이 조국 사태를 비롯해 온갖 실망스러운 작태들을 보이자 분노에 찬 이들이 심판자로 나선다는 말도 나온다.

이들의 투표율도 관심거리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46.6%로 가장 낮았고, 50대는 76.6%로 가장 높았다. 격차는 무려 30%포인트(p). 그런데 2012년 18대 대선에선 13.5%p로 줄었고, 2017년 19대 대선에선 최저 30대(74.2%)와 최고 60대(84.1%)의 격차가 9.9%p로 좁혀졌다. 내년엔 과연 어떨까.

대학교 신입생들과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나름 유망한 학과를 택해 미래를 꿈꾸지만 이들에게 취업과 사회 진출은 삭풍이 몰아치는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 입고 등산하는 것처럼 두렵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내키지 않는다고 가지 않을 수 없고, 기꺼이 가려고 해도 길조차 없는 막막한 여정일 터이다. 죽어라고 공부하고 스펙을 잔뜩 쌓아도 이들을 받아줄 직장이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벅찬 기대로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택하라고 등을 떠밀 수도 없다. 그만큼 이들의 미래는 혹독하다.

대화 중 불쑥 '대장동'이 등장했다.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필자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일상을 소재로 부담 없이 말을 주고받던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난처하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한 얼굴. 혹시나 싶어 그들에게 '대장동'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30여 명 중 단 2명이 손을 들었다. 그들조차 대장동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고심 끝에 짜낸 연관어는 고작 '성남시, 이재명'이 전부였다.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몰랐고, 어떤 의혹이 세간의 관심인지, 누가 핵심 인물인지조차 전혀 몰랐다. '30대 초반에 퇴직금 50억 원'이란 말에 놀란 눈만 멀뚱거릴 뿐이었다.

지난해 4·15 총선 때 투표했느냐는 물음에 10명 남짓 손을 들었다. 그런데 자기 동네 국회의원 이름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투표했지만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필자가 만난 청년들이 유난히 정치에 무관심한 것일까. 독자들도 또래 자녀가 있다면 같은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구청장, 군수 이름을 아는 사람은 30여 명 중 단 한 명뿐이었다. 선거 사무실 아르바이트 경험 덕분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년 대선에 나설 여야 후보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뚜렷한 이유를 대지는 못했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도 갈렸다. 후보의 정책과 철학은 잘 모르지만 소속 정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청년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뭔지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이들이 걱정스럽다는 말은 하지 마시라.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후보들의 철학이나 정책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누구는 죽일 X, 누가 돼야 나라가 산다'고 핏대를 세우는 기성세대들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으니. 한 학생이 마지막에 말했다. "누구 공약인지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다 안 지킬 텐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들도 내년에 꼭 투표하리라 믿는다. 지난 대선과 총선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똑똑히 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