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못쓴 여경, 머뭇거린 남경…경찰, 뒤늦게 "실전교육 강화"

입력 2021-11-24 10:57:22 수정 2021-11-24 13:58:37

코로나에 비대면 교육 늘어난 탓…경찰, 테이저건·삼단봉 등 무기 교육 강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 흉기난동을 계기로 약화한 경찰력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산 가운데, 경찰이 현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며 테이저건·삼단봉 사용 등을 골자로 한 상시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시보 순경이었던 여경 A씨는 피해자가 흉기에 찔린 것을 목격하고도 즉각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데 대해 "경황이 없어 현장에서 갖고 있던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함께 출동했던 남경 B씨 역시 피해 가족과 올라가던 중 상황 보고를 위해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이때 공동출입문이 잠겨 현장 도착에 3분이나 지체하는 등 두 사람 모두 피습 현장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남경 B씨는 1층에서 피해자 가족 중 남편의 진술을 듣다가 비명이 들리자 계단을 뛰어 올라가 여경으로부터 피습 상황을 들었지만, 즉시 현장에 가서 추가 범행을 제지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내부에서는 현장 교육이 내실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당수 신임 경찰 교육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A씨는 무도훈련과 '지역경찰 초동조치 사례 분석', '위해성 경찰장비 안전교육' 등 교육과정을 모두 온라인으로 이수했다.

경찰이 지난 3월부터 신임 경찰의 교내교육을 사례·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재편하고 체포술과 장비 교육을 강화했지만, 이미 관련 교육을 마친 A씨는 이를 이수하지 못했다.

B씨 역시 '물리력 행사 기준', '스토킹범죄 대응 매뉴얼' 등 교육 과정을 이수했지만, 현장에서는 활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교육과정 문제점으로 신임 경찰관 교내교육 기간 단축,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비대면 교육 증가 등을 꼽는다.

기존 24주 간 실시하던 신임 경찰 교내교육은 현장 인력을 일찍 확충한다는 이유로 기간이 18주 교육으로 줄었다. 이후로도 심화 교육이 없어 교육효과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경위 계급인 B씨 등 기존 경찰의 현장 대응력을 유지하는 팀장훈련, 현장훈련도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 원격 또는 사이버 교육으로 대체됐다.

경찰은 지난 1월부터 지역 경찰을 대상으로 주간 상시교육을 하고 있다. 상시교육은 현장 사례집을 활용한 훈련, 일대일 밀착 교육, 토론, 상황극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일선 현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해 화상교육으로 대체했고 팀장의 관심도에 따라 교육 효과와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이 자료를 활용한 토론 위주이거나, 팀장도 자료를 읽어보라고 전달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나왔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력 약화,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흉기를 지닌 피의자를 상대할 때 테이저건과 삼단봉 등 휴대 장비를 사용하는 요령, 체포술 등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위주 교육을 집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위험이 예상되는 현장에서 피해자 구호와 피의자 검거 등 임무를 누가 맡을 지 미리 분담하고서 출동하고, 시민에게 위해를 가한 피의자를 검거할 때는 테이저건 등 경찰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테이저건을 맞추지 못했을 때는 대안으로 삼단봉 등을 사용하는 등 돌발상황에 대비한 교육도 강화한다.

상시교육 때도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이 현지 지원하고, 신임 교육은 경찰관 증원 계획이 끝나는 2023년부터 교내교육 기간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현장실습 후 심화 교육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