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또 적발된 공무원, 정직 3개월 처분 그쳐…동료들 탄원서 덕?

입력 2021-11-24 07:54:49 수정 2021-11-24 08:42:54

공무원 징계 기준엔 2회 음주운전시 파면~강등
동료 공무원 70여명 탄원서…얼굴도 모르는 저연차까지 서명 논란

해운대경찰서 교통경찰관들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신형 음주복합감지기로 음주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해운대경찰서는 최근 음주 사고가 증가해 연휴 기간 음주 집중 단속에 나선다. 연합뉴스
해운대경찰서 교통경찰관들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신형 음주복합감지기로 음주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해운대경찰서는 최근 음주 사고가 증가해 연휴 기간 음주 집중 단속에 나선다. 연합뉴스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공무원이 재차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공무원 징계 기준에 못미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 과정에서 동료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해당 공무원이 누군지도 모르는 저연차 공무원까지 포함돼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부산 한 구청 A 공무원은 올해 2월 구청 청사에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까지 혈중알코올농도 0.095% 상태로 음주운전 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7월 1심에서 벌금 1천8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4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적 있어 이번이 두 번째 음주운전 적발이다.

재판부는 "500m 구간을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며 "동종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음주운전 범행을 저질렀고 음주 수치도 높은 편이라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해운대구는 중징계 의결 권한이 있는 부산시 인사위원회에 징계 의결권을 넘겼다.

부산시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최근 A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정직 3개월은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시행규칙의 징계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의 징계기준을 살펴보면 2회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최대 파면에서 최소 강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현행 기준이 윤창호법 이후 '음주운전 일벌백계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1회 음주운전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거나 음주 측정에 불응하면 해임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음주운전 징계 기준을 강화하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 규칙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논란이 되는 점은 A씨에 대한 징계가 개정 전 기준에도 못 미쳤다는 점과 징계 과정에서 동료 공무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동료 공무원 70여명은 징계에 앞서 A씨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부산시 인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자필 탄원서를 쓴 동료도 있지만, 서명부 형식으로 참여한 동료들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A씨 얼굴도 모르는 저년차 공무원들도 일부 마지못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탄원서가 작성 중인 기간 해당 구청에는 A씨가 술은 마신 것은 맞지만 주행은 하지 않았다는 잘못된 소문이 돌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징계기준은 어디까지나 권고 기준일 뿐 최종 징계 수위는 외부위원이 포함된 인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인사위원회 회의록은 비공개 대상이며 일반적인 두 차례 음주 운전 공무원 징계 수위 정도로 처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구청 한 공무원은 "후배 공무원이 선배가 요구하는 서명부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음주운전 공직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하게 두 차례 음주운전 한 동료를 위해 탄원서 쓴 것 자체가 제 식구 감싸기 행태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