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짓밟고 최고 권력자로…88서울올림픽 유치·직선재 개헌 등 빛바래
언론 통폐합·삼청교육대 창설, 청와대 입성 후 철권 통치 악명
현대사 비극의 당사자임에도 끝내 반성도 참회도 없이 떠나


"대규모 시위가 그를 몰아낼 때까지 정적들을 잔인하게 짓밟았다. 그는 '광주의 학살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한 최초의 대통령임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욕먹는 인물 중 하나다."(프랑스 AFP통신)
외신들은 23일 별세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죽음 앞에서 인간적인 도리를 먼저 생각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성장과 번영을 이끌었다는 일각의 평가가 없지 않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만행에 대해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육사를 졸업한 뒤 정치군인으로 출세가도를 달렸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으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사건 수사를 담당하며 신군부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총동원해 같은 해 12월 12일 권력 찬탈을 위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권력을 장악한 그는 1980년 '서울의 봄'으로 상징되는 민주화 바람을 짓밟았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했다. '체육관 선거'로 청와대에 입성한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를 전후해 언론 통폐합 조치와 삼청교육대 창설, '땡전뉴스'로 불린 보도 통제로 악명을 떨쳤다.
그는 7년 단임제인 제5공화국 초기 철권통치 속에서도 유화정책을 병행해 민심잡기에 나섰다. 대학본고사 폐지, 야간통행금지 해제, 학원 두발 및 복장 자율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을 들였다. 프로야구 출범, 88서울올림픽 유치 등을 했지만, 우민화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제에 있어 성장세를 구가했음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과(後果)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는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최대 위기를 맞는다. 반독재·개헌 요구 시위는 전국적으로 번져갔다. 결국 후계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6·29선언을 합작해 호헌 조치를 철회하고, 첫 직선 대통령 선출의 문을 연다. 퇴임 뒤 5·18 유혈진압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5공 단죄가 본격화되자 1988년 재산 헌납을 선언하고 백담사 칩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때인 1995년 12·12 군사 쿠데타,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등으로 구속 기소되며 사법 단죄를 받는 처지로 굴러 떨어졌다. 1996년 내란 및 뇌물 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지만, 수감 2년 만인 1997년 12월 22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2003년 2천205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음에도 "가진 거라곤 29만1천원과 개 두 마리, 가전제품 몇 개뿐"이라고 말해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또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광주시민들에 대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향해 '성직자란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병마도 그를 덮쳐 초라하기 짝이 없는 말년을 보냈다.
그는 한극 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비극의 한가운데 서 있던 당사자였음에도 눈을 감을 때까지 사죄하지 않았다. "지휘라인에 있지 않았고,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며 5·18 유혈진압에 대해 사과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와 평생 애증을 함께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족을 통해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성과 참회가 없었으니 용서와 화해가 이뤄질리 없었다. 그렇게 고인은 역사와 국민 앞에 미완의 과제를 남긴 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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