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대로라면 제2·3의 요소수 사태 안 온다는 보장 없다

입력 2021-11-12 05:00:00

중국발(發) 요소수 대란은 급한 불을 끄는 듯한 분위기지만, 이게 끝일 수는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원자재 수급에 치명적 아킬레스건을 곳곳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요소처럼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원자재·품목들이 수두룩하다. 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제2·제3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한국 수입 품목 1만2천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에 80% 이상을 의존하는 품목은 무려 3천941개나 된다. 중국 수입 비중 80% 이상인 품목도 1천850개다. 자동차 차체, 시트 프레임,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마그네슘잉곳은 전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및 고강도 철강 생산에 꼭 필요한 산화텅스텐도 94.7%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중국 수입길이 막히면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 대한민국 주력 수출 상품 생산도 중단되는 구조다.

이는 '수출 한국'에 치명적 위험이다. 요소만 해도 수입 중단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화물차 운행 중단에 따른 물류 마비 사태는 물론이고 농업용 비료 생산도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의 비정상적 의존이 수출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 책임도 크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일본발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를 이겨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기후 위기, 탄소 중립, 미·중 패권 갈등 등 대외 변수로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은 언제든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분야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두 번 원자재 파동을 겪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세 번 겪는다면 당한 쪽이 어리석은 것이다. 원자재 수입 다변화를 서둘러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전략 물자의 경우 국산화 등 안전판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