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제때 받을 수 있나" 연말 앞둔 택배·물류업계 전전긍긍

입력 2021-11-11 13:00:57 수정 2021-11-12 06:41:41

정부, 요소·요소수 되는대로 끌어모아…업계선 "제때 받을 수 있을까"
전기 화물차 도입 가속화 전망

11일 경북 중부내륙고속도로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일주일에 하루 요소수 1천 리터를 납품 받지만 당일 반나절이면 판매가 완료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1일 경북 중부내륙고속도로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일주일에 하루 요소수 1천 리터를 납품 받지만 당일 반나절이면 판매가 완료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정부가 뒤늦게 국내외 물량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택배·물류 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현재 정부가 끌어모은 요소·요소수 물량은 중국(1만8천700t)·베트남(5천200t) 요소와 호주(2만7천ℓ) 요소수 등 해외분과 국내 보유 요소수 물량(1천561만ℓ), 군부대 예비분(20만ℓ) 등이다. 이는 차량용 기준 국내에서 2~3달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대목을 맞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택배·물류 업계에선 언제 요소수를 공급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확보한 물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요소 1만8천700t이 언제쯤 국내에 들어올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이다. 정부는 대략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쯤 1만여t이 반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수출 전 검사 의무화 조치를 시행한 이후 검사에 약 2주가 걸리고, 이후 선적·국내 반입까지 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규모가 작은 물류 업계에선 실제 요소수 확보에 훨씬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요소수 대란 왜 일어났나

이번 요소수 대란은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의 원료인 석탄이 부족해, 요소를 포함한 화학 비료 관련 품목 29개에 대해 수출 전 검사 절차를 추가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의 석탄 수입에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가 지난 2018년부터 대중 압박에 동참하면서 이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역 분쟁까지 번지면서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호주의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은 석탄이 부족해지자 전력난이 오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에 석탄이 원료가 되는 요소도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규제 강화 나흘 전인 지난달 11일 중국 해관총서(우리나라 관세청 격)는 그간 별도의 검역·검사 절차가 없던 요소 등 품목 29개에 대해 사전에 공고를 내린 상황이었다. 이미 국내 요소수 판매 업체와 수요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련 내용과 걱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요소수 대란으로 이어질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이에 초기 대응이 늦어져 사태가 더 악화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8일 "초기에 적극성을 띠고 대응했다면 상황이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요소수가 뭐길래...물류·택배업계 필수

요소수는 배출가스 저감장치(SCR)가 장착된 디젤차에 주입하는 촉매제다.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상당수 국가들이 동참하면서,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디젤차에 SCR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디젤차 SCR에 요소수를 주입하지 않으면 시동이 그대로 꺼져버리는 등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국내 경유 화물차 330만대 중 SCR 장착 차량은 200만대로 추정된다. 요소수 대란에 일부 차량들을 중심으로 SCR 작동을 무력화하는 '불법 개조' 까지 성행하고 있다.

통상 연말인 11월과 12월은 택배·물류 업계의 큰 대목이다. 11월엔 코리아세일페스타·블랙프라이데이 등 유통업계의 굵직한 행사가 있고 12월엔 크리스마스로 이어진다.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이 물건이 동나지 않도록 공급량을 늘리고, 이커머스 업체에도 온라인 주문이 쇄도하는 시기다.

이 과정에서 택배 화물차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고, 요소수가 동나면 화물차 운행 중단에 따른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

14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 검품장 앞에서 매장 관계자가 택배로 보낼 상품을 쌓고 있다. 매일신문 DB
14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 검품장 앞에서 매장 관계자가 택배로 보낼 상품을 쌓고 있다. 매일신문 DB

한 개인 화물차 기사는 "뉴스를 보면 화물 업계가 연말까지는 비축해 둔 요소수 덕분에 당장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개인 사업식으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기사들은 일주일 앞이 어두캄캄하다. 화물차가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의미"라고 불안해 했다.

◆전기 화물차 도입 빨라지나…'시기상조'

이번 요소수 사태로 택배·물류 업계 전반에 전기 화물차 도입 일정이 빨라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저탄소 정책에 따라 현재 승용차를 중심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되는 추세가 택배·물류 업계에도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부터 세 달간 전기차를 활용한 근거리 식품 배송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현재 분석 작업 중이고, 현대홈쇼핑은 이달부터 당일배송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한 상태다. 쿠팡은 대구 지역에서 전기차 시범 운영 배송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선 전기차 전환은 중장기적 목표이지 현재 요소수 대란에 따른 사태 수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아직 저조하기 때문이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택배·화물기사는 아침 일찍 출근해 물류를 전달하고 나면 밤늦게 집에 들어가기 일쑤인 고된 업무 구조를 갖고 있다"며 "그 사이사이에 충전은 어떻게, 또 어디서 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