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사기 느는데…사용자 안전 장치 없다

입력 2021-11-04 16:48:02 수정 2021-11-04 18:52:14

최근 2년 새 폭발적 증가…대구에서도 사기범 검거
당근마켓 적극적 대처 부족…전문가들 "나설 때 됐다"

당근마켓 제공.

A(35) 씨는 개인간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구입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예약금 100만원을 지난 1일 판매하려는 사람의 계좌로 송금했고 물건은 다음 날 받기로 했다. 하지만 만나기 30분 전에 전화주겠다는 판매자는 전화가 없었다. A씨가 전화를 했지만 판매자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몇 번 전화를 했지만 결국 연결되지 않았고 A씨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중고 거래에 사기가 많다지만 이렇게 당할 줄 몰랐다"며 "커뮤니티 회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에서 물건 거래를 하다가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근마켓'은 가까운 동네 주민들끼리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하지만 고객센터에 바로 전화를 걸 수 없고 에스크로 결제(안전거래)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아 사기 거래에 대처하기에는 부실하다.

당근마켓을 통한 사기거래 건수는 증가 추세다. 4일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 업체인 '더 치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더 치트에 신고된 당근마켓 중고거래 피해사례는 8천678건이었다. 2019년 700건에서 지난해 5천290건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전체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당근마켓에서 사기거래를 한 혐의로 정모(26) 씨를 지난 7월 6일 검거했다. 정 씨는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을 당근마켓에 올려놓은 뒤 "물건 값을 선입금 하면 배송해 주겠다"고 구매자를 속였다. 이후 돈이 들어오면 물건은 배송해주지 않고 연락을 끊고 달아나는 방식으로 40여 명을 상대로 5천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거래가 늘고 있지만 당근마켓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당근마켓은 사기거래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대처 방법을 알리고 있는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을 안내하고 있다. 안전결제나 당근마켓 자체 사기 방지 대책을 안내하는 내용은 없다.

당근마켓 측은 "사기 등으로 이용정지 처분을 받은 사용자는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해 다시 가입해도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기거래범들은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기거래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근마켓이 사기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필터링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양순남 대구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으로 받는 이익을 사기 거래 피해를 막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써야 할 것"이라며 "당근마켓이 적어도 동네인증 절차 강화, 안전거래 시스템 도입 등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