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환의 시대'에 문화예술 지원은?

입력 2021-11-24 10:17:42 수정 2021-11-24 15:55:10

오상국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오상국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달라지는 속도가 확연히 보이게 변화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무조건 학교로 가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 수업이랑 병행한다고 하더라고요. 학교도 엄청 많이 바뀔 것 같네요."

최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손아래 동서를 만났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변화에 체념한 듯 덤덤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사이, 난 내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변화에 대해 생각했다.

코로나19로 한 치 앞을 모를 것 같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시대로 점철될 것 같았던 2021년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예년의 생활로 곧 돌아갈 수 있으리라 여기며 인내한 시간이 2년에 가깝다.

동서와 얘기를 나누며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미국 유학 시절을 잠시 떠올리게 되었다. 타국살이로 혼란스럽고 힘겨운 나날이었지만 선후배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겪어낸 기간이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유학 생활이 끝나고 나면 뭐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고,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는 시절이기도 했다.

올 한 해 문화예술계를 돌아보면 그때와 닮은꼴이다. '전환의 시대'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혼란만 있었던 건 아니다.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구 지역 문화예술 현장에서도 비대면과 대면이 혼재한 가운데 실험적이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펼쳐졌다. 실험인 만큼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은 이른바 '열외 기간'이었다. 무엇을 시도하든 허용됐고, 이 시대가 아니었으면 시도하지 못했을 과감한 실험들이 앞당겨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겼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속도를 맞추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문화예술인도 코로나19가 처음이고, 지원하는 기관도 처음이다. 모두가 처음이었다.

지역의 예술 생태계는 바뀌고 있었다. 예술인들의 활동 주기별 지원 체계의 실효성을 근본부터 고민해야 했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당황하고 있는지 묻고 들었다. '지역예술지원 현황 간담회'를 시작으로 '공연장 상주단체 간담회' '청년예술가 간담회' 등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를 예비하는 2022년은 제반 절차 간소화 등은 물론,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 강화 목소리를 십분 수용하자는 의견이 대세가 됐다. 언제 어디서나 지역민들이 접할 수 있는 예술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보해 예술 성장의 토대를 만든다는 목표가 새로이 정립됐다.

문화예술인들은 코로나19를 견디며 이미 문화예술 영역이 메타버스, NFT(Non-Fungible Token·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 등 과학기술의 영향을 급격하게 받는 상황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향후 온라인 세계의 확장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섣부른 예측이 힘든 전환의 시대라고 하지만 오늘날까지 인류가 진화해 온 것은 예술인들이 꿈꾼 세상을 과학기술이 현실화한 덕분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문화예술인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활동할 수 있는 현실과 미래의 토양을 다지는 일만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할 방법일 거라 믿는다.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는 2022년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이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문화로 피어나는 새로운 일상과 행복한 미래는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현장 속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