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나고 피묻은 태국산 의료장갑, 새것으로 위장해 美 수출

입력 2021-10-25 17:14:43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사용돼 더렵혀진 의료용 니트릴 장갑이 새 것으로 둔갑된 채 미국에 대량 수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24(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용 니트릴 장갑의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수 천만 개의 중고 니트릴 장갑이 태국에서 새 것으로 위조돼 미국으로 들어온 사실을 최근 몇 달 간의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미국과 태국 당국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니트릴 장갑은 합성고무 소재인 니트릴 부타디렌 라텍스(NBL)로 만든 일회용 장갑으로, 비닐(PVC)·천연고무(라텍스)와 함께 의료용 장갑으로 많이 사용된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보호장비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트릴 장갑의 가격도 치솟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사용된 장갑들이 태국으로 넘겨져 세척된 후 재포장돼 새 상품인 양 판매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태국 보건당국이 방콕 외곽에 위치한 니트릴 장갑 불법제조업체 '패디룸'의 창고를 급습했을 당시 현장에는 중고 의료용 장갑으로 가득 찬 쓰레기봉투와 이를 새 것처럼 보이도록 염색하기 위해 파란색 염료를 풀어놓은 플라스틱 대야가 발견됐다.

태국으로부터 이 같은 장갑을 구매한 업체들은 "얼룩이 있고 구멍 나고 찍어진 장갑을 받았다", "핏자국이 묻어 있기도 했다", "2년 전 날짜가 적힌 장갑도 있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올해 2월과 3월 관련 내용의 신고를 받은 FDA는 검역 과정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료용 개인보호장비에 대한 수입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 혹은 중단된 상태였기 때문.

때문에 CNN의 조사 결과에서 한 업체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2억 개 가량의 장갑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자 FDA는 올해 8월 해당 태국 회사의 제품을 억류하도록 각 항만에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