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조폭 닮은 대장동 4인방

입력 2021-10-15 05:00:00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현행 공정거래법에 자진신고감면제도(leniency program)라는 게 있다. 담합에 가담한 기업 중 담합 사실을 먼저 실토하는 기업은 과징금 전액을, 두 번째 신고 기업에는 50%를 각각 면제해 주는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적발에 이 제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 논리는 간단하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 모두가 침묵하면 죄는 드러나지 않지만 자진신고에 감형의 혜택을 주면 침묵보다 배신의 이득이 더 커져 앞다투어 자백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제로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 건설공사를 13개 업체가 7년여 동안 담합해 수주한 사실을 지난 2017년 공정위가 적발한 것을 들 수 있다.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이 담합 사실을 토설(吐說)한 덕분이다.

2010년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4개 대만 기업과 한국의 LG디스플레이 등 5개 업체에 대해 LCD 패널 시장에서 가격 담합을 했다며 6억5천만 유로(약 9천8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이 제도 때문이다. 당초 삼성전자를 포함한 6개 기업을 대상으로 담합 혐의를 조사했으나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했다. 조사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진신고한 것이다.

이 제도의 발상은 협상 게임인 '죄수의 딜레마'에서 따왔다. 이는 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메릴 플러드와 멜린 트레셔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유래된 것으로, 협력이 양자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 배신으로 양자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장동 개발 비리를 주도한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 핵심 4인방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서로를 주범(主犯)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들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는 소리가 나온다.

여기에다 나만 살겠다고 수사 과정에서 서로 죄를 뒤집어씌우는 요즘 조폭들의 비루함을 빼다박았다는 조롱도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 2007년 조폭이 의리로 뭉쳐 있다는 것은 오해이며 실제로는 교활할 정도로 이익에 밝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위아래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대장동 4인방을 두고 한 진단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