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도 키우는 치타, '부의 상징' 맹수 키우기 유행에 멸종 위기↑

입력 2021-10-11 18:23:19 수정 2021-10-11 21:29:11

멸종위기 야생동물 치타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한 사우디 아라비아인. 해외온라인커뮤니티 캡쳐
멸종위기 야생동물 치타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한 사우디 아라비아인. 해외온라인커뮤니티 캡쳐

몇년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지역 국가에서 맹수 기르기 유행이 빠르게 번지면서 치타, 사자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동의 왕족과 억만장자들이 신분 과시의 상징으로 애완용 치타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개체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더타임스는 최근 20년간 치타 보호에 앞장서온 야생동물 전문가, 퍼트리샤 트리코라체가 '사이언스 다이렉트'저널에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10에서 2019년 사이 불법 밀수된 치타 3천600마리의 6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반출됐다. 치타 가격은 보통 5천 파운드(한화 약 800만 원)로, 새끼나 암컷이 최고가에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사바나지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야생 치타의 개체 수는 20세기 초 약 10만 마리에서 최근 7천 마리까지 줄었다. 이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행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치타를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렸으며, 1975년 이후 국제적으로 치타를 사고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자에 목줄을 채워 외출에 나선 한 아랍에미리트인. 해외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사자에 목줄을 채워 외출에 나선 한 아랍에미리트인. 해외온라인커뮤니티 캡쳐

하지만 사우디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는 치타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타가 과거부터 이들 국가가 위치한 아라비아 반도에서도 서식한데다 고귀한 동물로 인식되는 탓이다.

이슬람 성전인 '꾸란'에도 언급되는 치타는 이슬람 왕조에서 기른 역사가 있는데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왕실 정찰용이나 사냥 수단으로 키워진 기록, 신성 로마 제국에서도 치타를 일컬어 왕실의 사냥개라고 부른 기록이 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거부로 알려진 영국 맨체스터 시티 FC의 구단주 만수르도 치타와 사자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기관 등은 야생동물이 왕족이나 부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희생되고 있다며 야생동물 밀수 및 보유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트리코라체는 "거의 매주 치타가 사우디로 밀수된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면서 "왕족들은 이국적인 동물을 수집하려는 경향이 있고, 보통 사람들 또한 신분의 상징으로 이를 모방하려 한다"며 "이 같은 속도면 곧 치타가 지구상에서 멸종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치타는 야생동물 중에서는 의외로 길들이기 쉬운 동물로 평가 받는데 애완용 치타는 밀수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도록 이빨과 손톱 등이 제거된다. 이 때문에 생후 1년도 안돼 폐사하는 경우도 많다. 트리코라체는 "치타가 매우 어릴 때 죽으면서 그들은 더 많은 치타를 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맹수를 길들이는 데 많은 위험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지난 4월 22세의 사우디 남성이 애완용 사자에 공격받아 사망했고, 최근 트위터에는 10세 소녀가 애완용 치타를 컨트롤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내용의 영상이 떠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두바이에서 애완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 사진. 해외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두바이에서 애완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 사진. 해외온라인 커뮤니티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