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개시해도 수개월, 길게는 수년 걸려
러, 여름 공세 우위 속 점령지 확대
"푸틴 관심사는 '잃어버린 영광' 회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에서 휴전 합의를 안하고 평화협상에 나선 것은 어떤 노림수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향후 평화협상에서 길게는 수년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끌어가며 점령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련 붕괴 이후 추락한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도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기적 전쟁 점령지 확대 노림수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표면적으로는 평화협상을 이어가는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할 수 있고, 영토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핵심 의제인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대신 휴전을 건너뛰고 바로 평화협상으로 들어가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방안은 푸틴 대통령이 바라는 것이었다.
최근 러시아는 여름철 들어 대우크라이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전 없이 협상하면 전쟁을 지속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평화협상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걸릴 수 있어 러시아 입장에서는 무기한 협상을 내세워 전투를 이어가며 시간을 벌 기회다.
CNN은 "러시아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협상을 동반하는 평화 절차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로써 러시아는 대화와 동시에 여름 공세를 포함한 전투를 계속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당초 러시아에 즉각 휴전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해 당장의 휴전보다 평화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는 "평화협정으로 직행할 것"이라며 당초 내걸었던 조건인 휴전 요구를 철회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이어가며 협정 조건을 좌우하기 쉽게 만들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반대에도 전쟁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잃어버린 러시아의 영광' 회복
평화협상은 러시아의 영토 확보 요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이번 협상에서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을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장악률이 비교적 낮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 전선을 동결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일부 전문가는 이러한 합의가 러시아 군에 미래 공격을 개시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돈바스 전체 면적의 88%인 4만6천570㎢를 장악한 상태다. 돈바스에서 아직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은 도네츠크의 6천600㎢ 정도지만, 이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는 휴전이 아니라 소련 붕괴 이후 추락한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발언에서 3년 반의 유혈 사태를 끝내는 것이 주된 관심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며 "그가 강조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으로, 이는 러시아의 '잃어버린 영광'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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