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의 나이는 몇 살일까?

입력 2021-09-30 11:08:14 수정 2021-10-27 15:26:25

김창규 함께하는마음재단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

김창규 함께하는마음재단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
김창규 함께하는마음재단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

노인의 나이는 몇 살일까. 또한 어떤 사람이 노인일까. 노인복지관에서 매일 노인들과 일상을 같이하고 있는 초로(初老)의 사회복지사로서 새삼 던지는 질문이다.

노인을 구분하는 생활연령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복지법에 65세 이상을 경로우대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유엔이 1956년 65세부터 노인이라고 지칭한 이래 특정 국가의 노령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65세라는 노인의 나이는 고정된 나이가 아니다. 유엔은 2015년 새로운 연령 구분 기준을 제시하고, 체질과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서 생애주기를 5단계로 나누었다. ▷0~17세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 장수 노인 등으로 나눠 평생연령 기준을 재정립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79세 이전까지는 중년이고, 80세부터가 노인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활동적인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75세 노인론'이 대두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50~69세 4천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반영한 '신중년의 노후 인식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중년층의 52.6%는 '70∼75세 미만'을 노인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75∼80세 미만'을 노인이라 생각한다는 응답도 20.8%나 됐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기준을 65세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신중년층이 바라보는 기준은 이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주관적 연령이라는 것도 있다. 주관적 연령이란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나이를 말하는데, 몸이 늙으면 마음도 따라 늙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이 늙어도 마음이 청년인 사람이 있다.

얼마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와 이야기하는 중에 '올해 칠순이다'라는 말을 듣고 두 번이나 깜짝 놀랐다.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아서 그만큼의 나이를 못 느꼈기 때문이고, 나이는 칠십이지만 아직도 자신의 나이를 모른다는 답변 때문이었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고 마음의 상태로서, 사람은 나이 때문에 늙지 않고, 이상을 버림으로써 늙는다"고 했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도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고, 인생의 황금기는 65세에서 75세"라 했다. 일본 여류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계로록'(戒老錄)에서 받는 것을 요구하게 된 사람이 나이에 관계없이 노인이다라고 하면서 색다르게 노인을 바라보았다.

영화 '은교'에서 한 원로 시인이 젊은 제자들에게 절규한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생로병사! 노화는 질병이 아닌 인생의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이자 누구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는 숙명적 현실인 것이다. 붓다 이전의 싯다르타 왕자가 궁궐 밖 노인을 보고 자신에게 탄식한다. "오! 지금 이미 내 안에 미래의 노인이 살고 있도다."

이젠 더 이상 노년을 수치스러운 비밀처럼 여길 필요가 없다. 오히려 노년의 여유로운 시간을 축복이라 여기며 노화에서 오는 불편함은 받아들이고, 살아 있는 동안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더 이득이고 젊은 노인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노년에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건강, 열정(꿈), 일(역할), 가족,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