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특검하기 딱 좋은 '국민의힘 게이트'

입력 2021-09-26 16:41:05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부정을 하거나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직과 공직을 다 사퇴하고 그만두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이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이 쏟아지자, 자신은 부정한 이익을 조금도 취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당연하지만 초점을 벗어난 항변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홍준표 의원의 말대로 이 지사가 조금이라도 돈을 받았다면 후보 사퇴가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이 지사의 금전 수수 여부가 아니다. 이른바 '공영개발'을 통해 발생한 천문학적인 이익이 사인에게 흘러가도록 개발사업 구조를 설계한 사람이 누구이며,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또 당시 시장이던 이 지사의 연관성은 없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5천500억 원의 개발 이익을 성남시와 시민들에게 돌려준 성공한 정책"이라는 말 역시 핵심을 벗어났다. 시민들을 위해 개발 이익을 환수한 일 자체는 박수 보낼 일이 맞다. 문제는 그보다 더 많은 이익이 상식과 법리를 초월한 계산을 통해 정체 모를 존재들에게 돌려진다는 사실이다.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사업 공모 사흘 전 급조된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하루 만에 개발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도 의혹의 대상이다. 그것도 있을 수 있다 치자.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 뜰' 지분 단 1%를 가지고 있다.

공개된 회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성남의 뜰이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5천900억 원이다. 이 중 화천대유 배당금은 577억 원(9.7%)으로 전체 배당금의 약 10%에 달한다. 명목상 화천대유의 자회사로 3억 원을 투자한 '천화동인'은 성남의 뜰 지분 약 6%를 가지고 있다. 천화동인에 대한 3년 배당금은 3천463억 원으로 전체 배당금의 58.6%. 전체 지분의 7%에 불과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전체 배당금 70%가량을 가져갔다는 말이다. 상식적이지도 않거니와 법에도 위반되는 이런 특혜 구조를 누가 왜 만들었으며, 이 지사의 연관성은 없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공산당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민간의 이익을 환수했다"는 이 지사의 말도 어폐가 있다.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택단지 조성사업을 포함한 택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개발부담금으로 징수해야 한다. 그리고 징수된 개발부담금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은 개발이익이 발생한 토지가 속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개발부담금은 따로 법률로 정하는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에 귀속된다. 택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개발부담금으로 징수하여야' 하며 환수한 개발부담금의 절반은 성남시에 귀속된다는 내용이 법률에 명백히 규정된 것이다.

굳이 이 지사가 공산당 소리를 들으며 애쓰지 않았어도 일정 이익을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성남의 뜰 지분 50%+1주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3년간 받은 배당금은 1천839억 원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화천대유 등의 배당금에 비해 약소한 금액이다. 민간인이 이익을 독식한 후 개발을 주도한 공적 기구는 남은 부스러기 돈을 받는 이런 특혜 구조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이 지사와 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근무 경위, 원유철 전 의원의 고문 위촉 이유 등이 의아하긴 하다. 신영수 전 한나라당 의원도 문제라고 한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선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권순일 전 대법관이 퇴직 직후 하필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된 것도 의구심을 키운다. 토건족 비리, 법조 카르텔이 있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참에 다 척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위에서 본대로 문제의 핵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경찰은 수사를 미적거리고, 검찰도 미덥지 않다. 그렇다면 국민이 원하는 결론은 하나다. 어느 영화 대사를 패러디하자면 "거 특검하기 딱 좋은 일이네".